철도노조 등에 따르면 코레일은 최근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 기조 아래 이 달 들어 '철도산업 일자리창출 추진단 TF'를 출범했다.
그런데 철도노조가 지난 14일 공개한 내부문건에 따르면 정작 이 TF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업무가 아닌, 기존 비정규직 외주화 작업을 관리하는 업무만 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코레일이 작성한 '철도산업 일자리 창출 추진단 TF 신설안'에 따르면 문제의 TF가 맡는 업무는 "비정규직 합리적 고용안정 방안 및 고용유형에 따른 근무, 보수기준 마련"이나 "비정규직·아웃소싱 관련 분야별 세부실행과제 이행" 뿐이다.
노조는 "세부실행방안 어디에도 '정규직화'나 '직접고용' 같은 단어가 보이지 않는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생명·안전업무에 관해서는 직접고용을 약속했는데 TF에는 이마저도 (언급이) 없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코레일 임직원들은 노조와의 간담회에서 현 정부의 노동 정책을 보란 듯 반박하는 발언까지 내놨다.
지난 13일 일자리 TF 관련 노사협의 회의장에서 사측 참석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지침은 5년 내에 비정규직 제로화하라는 것일 뿐"이라며 비정규직 전환 준비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코레일이 직접 고용한 직원이 아니라며 "코레일에 비정규직이 어디 있느냐"는 엉뚱한 대답만 내놨다.
또 "노동부에서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에 적극적일 뿐 기획재정부 담당자들은 입장이 달라서 아직 (정부) 컨트롤타워도 없는 것 같다"며 "어차피 지금까지 정부 지침이 내려오지도 않았다"고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철도노조 김영준 비정규조직국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홍순만 사장의 코레일은 정부의 부역자 역할을 하더니,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무시하는 것인가"라며 "코레일에 비정규직이 한 명도 없다면 문 대통령이 인천공항의 2천여명이 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한 약속도 잘못됐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이어 "5년 안에만 비정규직을 전환하면 된다는 얘기는 5년 동안 정규직 전환을 미루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라며 "이러한 관료들에게 정규직 전환 문제를 맡겨둬서는 현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까지 좌초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최근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적극 추진하는데도, 비단 코레일 뿐 아니라 일부 공공기관과 민간 사업장에서는 여전히 '눈치보기'로 일관하며 비정규직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비정규직 고용을 유지하도록 허용하는 제도적 헛점은 여전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은 "우선 비정규직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다보니 공공부문은 소속 외 인력을 자체 비정규직으로 보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다만 문 대통령이 직접 인천공항에서 정규직 전환을 선언한 만큼, 코레일의 비정규직 문제도 정부의 가치관에 맞는 사장이 새로 온다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공공부문 자체의 범위도 정확하지 않아, 지자체 출연기관은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데도 공공부문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관련 기준을 정확히 세우고 국가고용통계를 서둘러 실태 파악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현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기준도 2007년 제정된 기준"이라며 "현 정부가 강조하는 상시·지속업무의 계약직도 관련 법의 예외조항 적용대상만 18가지나 된다"고 지적하며 고용안정법과 비정규직 관련 법, 사회보장제도 등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