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도덕적 기준으로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며 '셀프 흠결 공개'까지 하고 있지만 청와대로서도 예상치 못했던 논란들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음주운전' 조대엽, 막말…'이철성 음주운전 비판' 안경환, 과거엔 음주운전 고백 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 거짓해명 등을 두고 '부실 검증' 논란을 겪었던 청와대는 최근 또 다시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난 상황이다.
임명될 경우 법치를 책임지게 될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7살이던 1975년, 당시 교제했던 여성의 의사를 무시하고 혼인신고를 했다가 법원에서 혼인무효 판결이 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비록 공소시효가 지난 사안이지만 상대방의 도장을 위조해 혼인신고를 하는 행위는 사문서위조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로, 수원지법은 지난해 6월 이혼한 전 부인의 도장을 위조해 혼인신고해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한 남성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는 등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
안 후보자는 이미 과거의 '기고글'과 '저서'로 이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3년 전 '광주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안 후보자는 "음주운전? 운 좋게 적발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차례 있었다"고 적었다. 그러나 지난해 출판된 수필집 '남자란 무엇인가'에서는 음주운전 경력이 있는 이철성 경찰청장의 임명을 두고 "선진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술 마신 채 운전하는 것은 범죄자 뿐"이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자는 같은 책에서 성매매 근절과 관련해서도 "매춘은 법으로 근절할 수 없다"고 쓰기도 했다. 두 부분 모두 모두 법치행정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미 음주운전이라는 흠결을 '자진 신고'한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교수 재직시절 학생들에게 막말로 고함을 치는 동영상이 공개되며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 靑 "아무리 최선을 다해 검증해도 모든 것을 알기 어려워"
예상치 못한 논란이 이어지자 청와대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 여론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직접 개입은 자제한 채 이들이 청문회를 통해 논란을 돌파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한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저희의 기준을 갖고 각 후보자들을 추천했고, 해당 후보자들이 청문회 과정에서 설명 드려야 할 일"이라며 "청와대가 추천한 인사에 대한 논란을 일일이 대응할 문제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 검증하더라도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을 어렵다"면서 "청문회에서 가서 후보자 본인이 해명하면 될 것을 청와대가 일일이 해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인력‧시간‧매뉴얼, 3無 상황 속 인사 검증팀 고군분투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은 인수위 없이 정부가 출범한 탓에 인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검증을 시작한데다 박근혜 정부가 아무런 인수인계도 하지 않아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증을 하다 보니 철저한 검증을 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검증을 위한 최소한의 시간은 필요한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반년 가까이 국정공백이 이어진 가운데 정부가 출범한 만큼 철저한 인사검증만 앞세워 마냥 인사를 미루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청와대 인사 라인이 완비된 것은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이 임명됐던 지난달 11일 이후 일주일 정도 지난 시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직후인 지난달 17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지명됐고,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임명됐다.
인사 추천과 검증을 진행하기 위한 인력을 모으고, 이렇게 모인 인력이 인사검증 업무를 익히는 동시에 검증까지 진행해야 하다 보니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에는 밤낮, 평일‧주말 할 것 없이 불이 꺼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관련 매뉴얼을 갖춘 시점도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정부가 인수인계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 임시방편 격으로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참여정부'때 청와대에서 사용하던 매뉴얼을 받아 이를 보완해서 사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과 최소한의 시간이 있는데 1기 내각 구성과 청와대 참모진 인선은 이런 최소한의 조건도 갖추지 못한 열악한 상황에서 진행됐다"며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