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15일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으로부터 사실상 ‘경질’ 통보를 받았다. 이용수 감독은 상호 합의라는 표현을 썼다. 하지만 최근 축구대표팀이 부진한 성적으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빨간 불이 켜졌고, 결국 슈틸리케 감독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
지난 2014년 9월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아 2년 9개월이라는 역대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재임한 슈틸리케 감독이 결국 임기도 채우지 못한 채 불명예스럽게 떠나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슈틸리케 감독의 무엇이 대표팀을 이 지경에 이르게 했을까.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 대표팀의 부진한 성적에 책임을 지고 기술위원장에서 사퇴한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소통’을 꼽았다.
2년 9개월 전 슈틸리케 감독의 선임을 발표하며 ‘마지막 외국인 감독이 되길 바란다’는 속내를 밝혔던 이 기술위원장의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그는 15일 경기도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을 발표하며 “대표팀에서는 선수와 감독,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소통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래서 대표팀은 한국인 감독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지금도 좋은 능력이 국내 지도자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독일 출신이지만 자신을 따라 대표팀에 합류한 아르헨티나 출신의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를 배려해 모국어인 독일어가 아닌 스페인어로 소통했다. 현역시절부터 스페인에 오래 거주한 슈틸리케 감독이 독일어가 아닌 스페인어를 선택한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축구협회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사이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다리 역할’을 해줄 설기현 코치, 차두리 전력분석관을 차례로 선임했지만 뚜렷한 효과는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차두리 전력분석관은 약 6개월 만에 돌연 사퇴하며 ‘슈틸리케호’의 형님 리더십은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4월 대표팀에 합류한 정해성 수석코치 역시 취임하며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은 감독과 선수 사이의 ‘다리’라고 말했다. 감독과 선수의 소통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하겠다는 분명한 뜻이었다. 온갖 방법이 동원된 ‘슈틸리케호’의 소통 시도였지만 결국 2년 9개월 만에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로 마무리됐다.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 자진 사퇴한 이용수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차기 감독으로 한국 지도자를 강력하게 추천한 이유는 한국 축구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결정할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최종예선 2연전이 두 달밖에 남지 않은 것과 함께 선수단과 소통이 되지 않았던 전임 감독이 남긴 ‘트라우마’ 때문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