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만 있었다면…” 떠나는 이용수 위원장의 아쉬움

리우 올림픽 차출 위해 지난해 9월 시리아전 불참 합의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상호 협의 끝에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나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 기술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이한형기자
“그 때 손흥민만 있었더라면…”

지난해 9월 중립지역인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시리아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2차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득점 없이 무승부에 그쳤다.

기분 좋은 대승을 기대했지만 경기 내내 무기력했던 대표팀은 사실상 승점 2점을 뺏긴 채 씁쓸하게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인 시리아는 원정이나 다름 없는 말레이시아에서 홈 경기를 치르며 ‘침대축구’를 구사했다.

그런 시리아를 상대로 슈틸리케 감독은 효과적인 공격도 펼쳐보지 못한 채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경기는 한국이 자랑하는 ‘창’ 손흥민(토트넘)이 없었다. 소속팀의 요청에 따라 중국과 홈 경기만 출전하고 복귀한 탓에 중요한 공격 자원을 활용할 수 없었던 ‘슈틸리케호’는 무기력하게 승점 1점을 얻은 채 귀국했다.

9개월이 흘러 카타르와 8차전에서 패하고 돌아온 슈틸리케 감독이 상호 합의에 의해 대표팀을 떠났다. 대한축구협회는 15일 경기도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제5차 기술위원회를 열고 슈틸리케 감독과 이별을 결정했다. 슈틸리케 감독을 데려온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도 물러나기로 했다.


최종예선 일정에서 2경기를 남긴 현재 한국은 4승1무3패(승점13)로 이란(6승2무.승점20)에 이어 A조 2위를 기록 중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에 4.5장의 러시아월드컵 본선 출전권이 배정된 만큼 조 2위까지는 본선에 직행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3위 우즈베키스탄(4승4패.승점12)에 1점 차로 바짝 추격을 당하고 있다. 산술적으로는 4위 시리아(2승3무3패.승점9)도 한국을 밀어낼 수 있는 상황이다. 말 그대로 ‘비상사태’다. 결국 축구협회는 위기 탈출을 위해 감독 교체를 결정했다.

지난해 9월 중국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만 뛰고 소속팀으로 복귀한 손흥민은 리우 올림픽 출전 때문에 소속팀과 협상에 따라 시리아워 2차전 원정경기는 뛰지 못했다. 결국 대표팀은 무기력한 경기 끝에 0-0 무승부에 그쳤다. 박종민기자
슈틸리케 감독과 한국 축구의 지난 2년 9개월의 동행은 결국 실패다. 하지만 실패 속에도 아쉬움은 분명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15일 파주NFC에서 취재진과 만나 “리우 올림픽에 손흥민을 차출하기 위해 토트넘과 여러 차례 협상을 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리우 올림픽 참가를 허락하면서 9월에 열린 A매치 두 경기 가운데 원정에서 열리는 시리아전은 출전 않고 팀으로 보내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은 대표팀과 또 다른 의미를 갖는 만큼 결과를 내기 위해 와일드카드의 보강이 중요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의 시리아전 불참) 이야기를 꺼내자 바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같은 이야기를 세 번쯤 꺼내자 그렇게 하라고 했다. 만약 시리아전에 손흥민이 있었다면, 그리고 승리했다면 최종예선이 편했을 수도 있다”고 당시 상황을 아쉬워했다.

실제로 손흥민은 중국과 최종예선 1차전에서 맹활약하며 3-2 승리를 이끌었다. 중국전을 마치고 소속팀으로 돌아가며 "몇 번 이런 경우가 있어 선수들에게 더 미안하다"고 아쉬워했던 손흥민이 시리아전에도 있었다면 슈틸리케 감독의 운명은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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