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14일 "김 씨는 4월에 발생한 러시아테러를 지난달 말쯤 뉴스로 접했다고 한다"며 "그런 언론보도를 보고 폭탄을 이용한 범행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김 씨는 범행을 결심한 지난달 말 테러 발생지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이를 위해 지난달 15일부터 19일까지 해당 대학에서 열린 단기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이후 러시아에 며칠 더 남아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개인적인 일정이 아니라 '학술연구' 목적으로 학교 차원에서 특정 대학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러시아 방문은 범행동기와는 관계없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경찰은 13일 오후 폭발물 사용 혐의로 김 씨를 긴급체포해 1차 조사를 벌였다. 김 씨는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제1공학관 4층 김모(47) 교수 연구실에서 발생한 폭발사고에 쓰인 사제폭탄을 제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달 말쯤 범행을 결심한 뒤 범행 사흘 전인 지난 10일 사제폭발물을 완성했다. 이 폭발물은 텀블러 안 기폭장치가 작동되면 폭발과 함께 사방으로 나사가 튀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이른바 '못폭탄'이었다. 러시아나 영국 맨체스터·미국 보스턴 등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IS가 이용하던 것과 비슷하다.
그는 13일을 범행 날짜로 정하고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이날 오전 3시에 학교 연구실로 향했다. 이때 연구실에 남아 있던 다른 학생은 김 씨에게서 별다른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가 3D프린터를 작동시키는 등 열심히 작업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김 씨는 오전 7시 40분쯤 폭발물이 든 쇼핑백을 김 교수 연구실 문 앞에 걸어두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한 시간 뒤 김 교수가 상자를 열었을 때 다행히 큰 폭발이 나지는 않았고 안에 있던 나사도 튀지 않았다. 연결장치 등이 불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교수는 양손과 목 주위에 화상을 입고 인근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졌다.
김 씨는 최초 경찰 조사에서 연구를 하기 위해 학교에 왔을 뿐이라며 범행을 부인했다가 경찰이 김 씨의 자택 주변에서 폭발물을 만들 때 사용된 장갑을 발견하고 추궁하자 혐의를 시인했다.
경찰은 범행동기와 정확한 사고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다만 김 교수가 학점을 낮게 줬다거나 영어 학습을 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는 등 학생들 사이의 소문에 대해 경찰은 "김 씨는 그런 진술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마친 뒤 이르면 14일 오후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