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물넷 예지가 하고 싶은 말

(사진=페이브엔터테인먼트 제공)
걸그룹 피에스타(재이, 린지, 예지, 혜미, 차오루)와 솔로 래퍼 활동을 겸하는 예지가 신곡을 들고 돌아왔다. 약 8개월 만에 발표한 곡은 인도풍 사운드와 반복되는 훅, 날카로운 랩이 조화를 이룬 '아낙수나문(Anck Su Namum)'이다. 히트메이커 신사동호랭이가 편곡을 담당, 예지와 함께 공동 프로듀싱을 맡아 완성도를 높였고, 그룹 히스토리 출신 작곡가 장이정과 나노(NANO)가 작사, 작곡에 동참했다.

'언프리티 랩스타2' 출연 당시 '미친개(Crazy Dog)'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예지는 이번엔 영화 '미이라'와 역사 속에서 굉장한 악역으로 인식되어 온 '아낙수나문'이란 캐릭터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 랩메이킹을 직접 담당한 예지는 자신을 향한 다양한 오해와 편견을 향해 시원한 돌직구를 날렸다. 다음은 서울 논현동에 있는 페이브엔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예지와의 일문일답.

-카리스마 넘치는 솔로곡을 발표했다.
영화 '미이라'에서 영감을 받았다. 아낙수나문이 극중에선 악역이지만, 실제 역사 속에선 나쁜 사람이 아니더라. 저 역시 방송에서 꽤나 흥미로운 악역으로 나왔지만, 알고 보면 다른 모습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이런 콘셉트를 잡게 됐다.

-대중적인 느낌의 곡은 아니다.
원래 대중적인 노래를 발표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사랑이나 이별에 관한 가사가 안 나오더라. 스물넷 예지가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뭘까 고민하다 이번 가사가 나왔다. 가사에는 저를 싫어하시는 분들이 저에게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대답, 그리고 팬들에게조차 해본 적 없는 저의 성장기 같은 얘기들이 담겼다.

-'아낙수나문' 가사 중 가장 만족스러운 구절이 있다면.
'But 확실한 건 이유 없는 질타와 폭력들이 지금의 나를 만듦'이란 구절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열네 살 때부터 춤을 췄다. 10년간 춤만 춘 건 아니다. 랩도 하고 노래도 했다. 그사이 좋은 분도 많이 만났지만, 정말 나쁜 사람도 많이 만났다. 폭언, 욕설 등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도 있다. 초반에는 '내가 잘못한 게 있어서 욕을 먹나 보다' 하면서 넘겼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보니 그건 좀 아닌 것 같아 말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머리 속에서 수십 수백 번을 시뮬레이션하다가 '이건 좀 아닌 것 같지 않아요?'라는 말을 던졌다. 막상 해보니 별거 아니더라. 그렇게 내 권리를 찾는 법을 배워갔다.

-보여지는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안무가분들께서 아낙수나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맞춰 안무를 짜주셨다. 영화에서 옷을 많이 안 입고 등장하는 캐릭터라 의상은 최대한 딱 붙은 옷으로 준비했다. 의상을 소화할 수 있도록 좋아하던 술도 끊으며 체중 관리에 신경 썼다. 아, 주량은 3잔이다. 하지만 잔 크기는 공개할 수 없다. (미소)

-가수로 데뷔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백업 댄서로 활동했다. 그런데 어느 날 '관객들이 나를 보는 게 아니라 가수를 보고 있다'는 걸 느꼈다. '나도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노래 연습을 했고 SNS에 춤과 노래 영상을 올렸다. 지금 회사에서 그 영상을 보고 오디션 제안을 했고, 오디션을 통과해 열여 섯 살때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피에스타에서 랩을 맡게 된 계기는.
데뷔 전 가이드곡을 많이 받았는데 다 랩 파트가 있는 거다. 모든 멤버가 한 번씩 랩을 해봤는데 그 중 내가 가장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 역시 해보니까 재밌었고 그렇게 랩을 시작하게 됐다. 데뷔한 뒤 가진 1년의 공백기도 영향을 미쳤다. 뭘 하면서 시간을 알차게 보낼까 고민하다 혼자 비트를 틀어놓고 가사를 쓰기 많이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만든 작업물은 흑역사라 공개할 수 없다. (웃음).

-래퍼와 걸그룹 멤버 사이에서 정체성 고민은 없나.
큰 고민 거리는 아니다. 오히려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생각이다. 랩은 제가 지닌 가장 큰 무기다. 피에스타 활동은 혼자서 하기엔 무리가 있는 여성스러운 모습까지 보여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솔로와 팀 활동 모두 행복하다.

-나에겐 피에스타란.
연습생 시절을 포함하면 만난지 벌써 7년이 넘었다.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서로 다름을 이해하는 순간이 오더라. 지금은 서로가 말하지 않아도 힘이 되고 지탱이되는 관계가 됐다. 언니들에게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예지가 이룬 꿈, 이룰 꿈에 대해 말해달라.
이미 이룬 꿈들이 많다. 학창시절 오죽헌에 사임당 페스티벌애 참가(예지는 강원도 강릉 출신이다.)해 상품으로 라디오를 타서 학교에 기증했던 것부터, 연습생으로 발탁된 것, 가수로 데뷔한 것, '언프리티 랩스타'에 나가 많은 사람에게 내 이름 알린 것 등 내 나름대로의 목표를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중이다.

이루고 싶은 꿈은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지금은 세모 정도인데 동그라미 같은 사람이 되는 게 꿈이다. (웃음). 그리고 배우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배워나가고 싶다. 예를 들면 빵 만들기 같은 것. 가장 큰 목표는 앞으로도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에게 떳떳하고 솔직한 음악을 들려드리는 것이다.

-왼쪽 팔목에 새긴 타투가 눈에 띈다.
'ALL WILL PASS'. '언프리티 랩스타' 출연할 때 새겼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다 지나갈 것이라는 의미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표현했다. 나와 똑같은 타투를 했다며 SNS 메시지를 보내는 해외 팬도 있어 놀랐던 기억도 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내가 SNS 같은 걸 잘 안 한다. 메신저 프로필도, 상태 메시지도 없다. '아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그런 걸 잘 못 한다. 그런 부분이 팬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올해는 SNS 활동을 열심히 해서 팬들과 소통하는 가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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