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서정현 판사는 14일 "A 씨가 원치 않는 성관계를 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며 관계 당시나 직후 느낌, 수치감 등을 생생히 표현하고 있다"며 "의사에 반해 성관계가 이뤄졌다고 여겼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미 검찰은 이진욱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A 씨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무고 혐의를 인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이 검찰과 엇갈림에 따라 사건의 방향을 종잡을 수 없게 됐다.
한 배우의 커리어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사건은 어떻게 전개될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성춘일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해봤다. 다음은 성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A 씨가 무고죄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강제적 성관계가 이뤄졌다고 여겼을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이유를 밝혔는데 무엇을 의미하나?
- 판사들의 판결은 결국 증거에서 비롯된다. 피고인이 충분히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했다는 것을 70~80% 가량 확신할 수 있을 때 '유죄' 판결이 가능하다. 그게 아니라면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다. 무고죄란 상대방이 100% 범죄 행위를 하지 않았는데 오로지 처벌만을 목적으로 고소했을 경우에 성립된다. 이 경우에 재판부는 A 씨가 이진욱에게 스스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느끼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한 거다.
▶ 그렇다면 A 씨의 '무죄'가 이진욱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 그건 전혀 다른 문제다. 현재 재판부가 판단한 지점은 A 씨가 고소한 '목적'이 어떠했는가에 대한 것 뿐이다. 이진욱이 A 씨와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했든, 하지 않았든 간에 A 씨가 이진욱을 고소했을 때,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판단한 거다. 재판은 결국 증거 싸움이기 때문에 누가 무죄를 받으면 그 반대에 있는 사람이 유죄는 아니다. 이진욱도 무혐의이고, A 씨도 무죄라는 모순된 결과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 이진욱의 성폭행 혐의는 A 씨 무고죄 판결과 전혀 별개로 판단될 문제라는 소리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달라.
- A 씨가 이진욱을 고소했을 때 10개 증거를 제출했다고 치자. 여기에 이진욱 또한 반박 증거를 10개 제출했을 거다. 종합적으로 따져 본 결과, 이진욱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전체 증거 80%에 해당하는 8개에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검찰 측은 증거불충분으로 이진욱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A 씨를 무고죄 혐의로 기소했으리라 본다. 반대로 이번 재판에서는 이진욱이 A 씨의 혐의를 입증할 10개의 증거를 제출했을텐데 그게 또 8개 이상 인정받지 못한 셈이다.
▶ 이미 이진욱은 성폭행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상황인데 다시 재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을까?
- 오히려 지금 1차적인 문제는 A 씨를 무고죄로 기소한 검찰 쪽에서 항소를 하느냐다. 재판부가 일부 가능성을 인정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진욱에게 유죄 심증을 주기에는 무리가 있다. 재수사의 경우, A 씨가 일정 기간 안에 항고 절차를 밟지 않았다면 거의 불가능하다.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A 씨가 이진욱을 재고소하기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