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대구 모 초등학교 6학년 A 학생은 버스를 타고 천안으로 현장학습을 가던 중 갑자기 배가 찌를 듯 아려왔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학생은 담임 교사 B(54) 씨에게 이를 알렸다.
B 씨는 비닐봉지를 건네며 "이곳에 볼일을 보라"고 지시했고 A 학생은 버스 한구석에서 대변을 봐야 했다.
같은 반 친구들이 탄 버스에서 볼일을 본 A 학생은 창피함에 얼굴을 들지 못했다.
A 학생이 현장학습에 참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교사는 그를 인근 휴게소에 내리게 했다.
그리고 학부모와 상의 하에 아이를 휴게소에 두기로 하고 자신은 그대로 떠나버렸다.
1시간 뒤 대구에서 70여㎞ 떨어진 휴게소에 도착한 A의 어머니는 외딴곳에 덩그러니 남겨진 아이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담임 교사가 당연히 자녀를 돌보고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목 전담 교사, 교감 등 A 학생과 함께 휴게소에 남아줄 교사 인력이 충분했지만 B 씨는 누구에게도 이를 알리지 않았고 A는 보호자도 없이 휴게소에 남게 됐다.
격분한 A 학생의 부모는 학교에 항의했고 대구시교육청은 B 씨를 직위해제한 뒤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B 씨는 "휴게소를 떠난 뒤에도 휴대전화로 계속 전화를 하며 학생을 챙겼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시 교육청 관계자는 "갓길 정차가 더 위험하다고 판단해 봉지에 볼일을 보라고 한 것 같다"며 "당시 현장학습에 동행한 과목 전담 교사나 교감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른 교사들은 B 씨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지역 한 교사는 "초등학생을 혼자 외딴 고속도로에 내버려둔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다른 교사에게 연락해 학생 인솔을 부탁하는 등 적절한 방법을 모색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한 교사는 "아무리 급해도 버스 안에서 비닐 봉지에 용변을 보라는 건 학생의 인권을 깡그리 외면한 처사"라며 "교사의 부적절한 독단 행동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13일 "아동 학대 혐의로 B 씨를 조사하고 있다"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