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 대다수는 '여성'…인권 침해↑

[나는 학교 비정규직입니다⑦]성추행·성희롱 발생해도 '꾹' 참아



글 싣는 순서
① 나는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입니다
② 학교라는 '감옥' 속 '당직 기사'…"명절이 두렵다"
③ 11개월 쪼개기 인생…초등 스포츠강사의 눈물
④구멍 뚫은 잣에 솔잎 끼우기…교무행정사 눈물겨운 '접대'
⑤급식실 안 '동일 노동, 동일 임금' 불가능할까?
⑥"실비 보험 들었지?" 급식실 산재 쉬쉬하는 학교
⑦학교 비정규직 대다수는 '여성'...인권 침해↑
(계속)


"손님이 와서 차를 내야 하는데 남자분밖에 없어요. 빨리 들어오세요."

대전 지역 한 초등학교 교무행정사 A(36·여)씨는 물품 구매를 위해 학교 밖을 나섰다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학교에 찾아온 외부 손님에게 다과를 드려야 하는데 '남자' 직원밖에 없어서 못 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화를 받은 A씨는 부랴부랴 학교로 다시 돌아오면서도 찜찜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고 전했다.

급식 조리원, 교무행정사, 돌봄 전담사 등 학교 회계직원(교육공무직)은 여성 비율이 압도적이다.

교육부의 '2016년 학교회계직원 실태조사 분석 결과'를 보면 약 14만 명의 학교 회계직원 중 93.7%(13만 2258명)는 '여성' 노동자였다.


직종별로 살펴보면 돌봄 전담사의 99.9%(만 2045명), 영양사 99.8%(5194명), 조리원 99.5%(4만 7498명)가 여성으로 조사됐다.

특정 직종은 남성 비율이 더 높기도 했다. 학교 시설관리·보수하는 시설관리직은 60.9%(2414명)가 남성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대다수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교육공무직원들이 다과 접대 등의 '인권 침해'와 '성추행, 성희롱' 문제에 노출돼있단 뜻이다.

사회공공연구원에서 지난 2015년 학교비정규직의 차별적 근로실태파악을 위한 연구조사를 벌인 결과, 교육공무직원 중 216명(5.7%)이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문제가 불거진 후 처리에 대해서는 209명(89.3%)이 '해결이 안 될 것 같아서 스스로 넘어갔다'고 응답했다.

이어 '교직원들이나 관리자들이 사건을 적극적으로 무마시켰다'가 5.1%,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졌다'는 비율은 1.7%로 가장 낮았다.

성희롱과 성추행의 발생빈도는 낮았지만, 일단 성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이 잘 안 되고 개인적으로 참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밖에도 여성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 역시 이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A씨는 "임신 중일 때 하루 2시간의 범위에서 휴식이나 병원 진료 등을 위한 모성보호 시간이 있다"면서도 "민원과 공문 배부를 수시로 하다 보니 이 시간을 사용하기가 어렵고 그래서 아예 사용을 안 한다"고 했다.

조리원 B씨 역시 "생리통이 너무 심해서 일을 못 하는 사람이 있지만 생리 휴가는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대전지부 관계자는 "학교 비정규직 주요 직종은 여성 비율이 압도적인데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학교의 문화에 비정규직이라는 족쇄가 더해져 여성 노동자의 인권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 노동자의 권익에 대한 문제, 나쁜 일자리, 비정규직 문제 등 학교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의 집약체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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