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월드컵이 수원에 남긴 숙제와 가능성

3만 함성 가득 찬 ‘빅버드’, ‘축구 수도’는 죽지 않았다

한국과 잉글랜드의 2017 국제축구연맹 20세 이하 월드컵 조별예선이 열린 지난달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약 4만3000석 규모의 관중석을 사실상 가득 채운 3만5279명의 축구팬이 찾았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수원은 ‘축구 수도’를 자부한다. 수원을 연고로 하는 수원 삼성이 1995년 창단과 동시에 K리그에서 강팀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한 데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는 축구팬의 열기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뜨거웠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수원FC의 승격으로 한 연고지에서 1부리그에서 경기하는 두 팀을 보유한 최초의 기록도 수원이 가져갔다.


하지만 최근 ‘축구 수도’의 자존심은 크게 꺾였다. 수원FC가 2부리그로 강등됐고, 수원 삼성 역시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프로축구 관중 집계에서 항상 상위권에 있던 수원은 좀처럼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의 함성을 듣기 어려운 실정이다.

수원을 연고로 하는 축구팀의 강등과 부진으로 즐거운 축구를 즐기지 못했던 수원의 축구팬은 오랜만에 열띤 함성을 녹색의 그라운드에 마음껏 쏟아낼 기회를 얻었다. 바로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수원에서는 이 대회의 52경기 가운데 결승과 3-4위전을 포함해 가장 많은 총 10경기를 소화했다. 특히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결승전을 유치하며 수원의 축구팬에 오랜만에 즐거운 축구를 선물했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은 K리그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많은 관중이 찾는 경기장이다. 20세 이하 월드컵도 많은 관중이 찾았다. 하지만 최근 K리그에서는 수원 삼성의 부진으로 관중 수가 급감하고 있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베네수엘라의 2017 FIFA U-20 월드컵 결승에는 3만 346명의 관중이 찾았다. 이번 대회의 세 번째로 많은 관중이다. 1, 2위 기록은 한국-기니전(3만7500명. 전주), 한국-잉글랜드전(3만5279명. 수원)으로 개최국 한국의 경기였다. 더욱이 수원은 상위 2, 3위의 관중 동원으로 ‘축구 수도’의 힘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이날 결승에서 수원의 축구팬은 경기 내내 박수와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선수 입장부터 시작된 환호와 함성, 그리고 박수는 미래의 축구스타 22명이 선보이는 동작 하나하나마다 계속됐다. 후반 들어 1골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는 베네수엘라를 향한 응원이 커졌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에 잉글랜드는 벤치에 있던 선수와 코칭스태프 모두가 그라운드로 뛰어들며 환호했다. 아쉬운 패배에 베네수엘라 선수들은 모두 그라운드에 쓰려졌다. 비록 결과는 달랐지만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은 3만여 축구팬은 이들 모두를 향해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연고로 사용하는 수원 삼성의 고민은 과거에 비해 최근의 부진한 성적뿐 아니라 급감한 관중이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 후 잉글랜드와 베네수엘라 감독 모두가 “마치 홈 경기장에서 경기하는 것처럼 뜨거운 응원을 해준 한국의 축구팬에게 감사하다”고 감사 인사를 빼먹지 않았을 정도로 ‘축구 수도’ 수원의 축구팬이 보여준 열기는 분명 대단했다.

수원 삼성 구단과 K리그는 분명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3만의 축구팬이 ‘빅 버드’에 운집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분위기는 ‘축구 수도’의 자랑거리다. 그라운드의 선수들에게 전달되는 분명한 힘이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연고로 하는 수원 삼성은 K리그에서 줄곧 경기당 평균 관중 1, 2위를 다투는 인기 팀이다. 하지만 2014년 경기당 평균 관중 1만9608명으로 전체 1위를 차지한 뒤 관중 수는 급락했다. 2017시즌 현재 7경기를 치른 수원 삼성의 홈 경기 평균 관중은 7622명으로 3년 만에 절반 이하로 크게 줄었다.

최근 K리그는 다소 힘이 빠진 듯한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K리그 경기에 3만의 관중이 찾아 서로의 팀을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모습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축구 수도’의 여전한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서정원 감독과 수원 삼성 선수단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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