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 여자부 경기에 출전한 11개 시·도 대표팀의 열전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빈틈없는 수비에 다리를 높이 쳐들고 내려치는 화려한 스파이크까지 남자부 선수들이나 다름없었다.
족구는 사실 대표적인 남성 스포츠로 인식돼왔다. 장비나 규칙이 간단하고 격렬한 움직임이 아니어도 가능한 까닭에 중장년 남성 노동자들이 근로 시간에 짬을 내 자주 즐기는 종목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최근 화제가 됐던 영화 '족구왕'에서 보듯 군에서 제대한 복학생들이 주로 하는 경기라는 선입견도 있었다. 군대에서 자주 하다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선배'들이 대학가 공터에서 무리지어 하는 종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들도 즐기는 스포츠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번 대회 서울 대표로 출전한 허수남 씨(46 · 고덕동)는 "동네에서 하는 것만 보다가 4년 전 족구에 입문했다"면서 "축구나 탁구는 격렬한 동작에 다치기도 하지만 족구는 그럴 일이 없어 안전하고 좋다"고 말했다.
여성이라고 무시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허 씨는 "남녀가 함께 동호회를 하고 있는데 처음 들어오는 복학생들이 잘 한다고 스스로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매일같이 몇 시간씩 코치를 받으며 훈련을 해와 실력은 더 낫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남자 선수들과 대결에서도 60대에게는 이긴다"면서 "아마도 남편보다는 내가 더 잘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여성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초·중·고 학생들의 족구 사랑도 뜨겁다. 허 씨는 "중학생들만 해도 성인과 기술의 차이가 크게 없다"면서 "어릴 때부터 해온 학생들이 이번 대축전에도 나왔다"고 말했다.
전국 동호인들의 숫자만 해도 상당하다. 대한민국족구협회 류재영 사무처장은 "남자 동호인은 학생과 일반인까지 35만 명 정도지만 등록되지 않고 즐기는 인원까지 합하면 훨씬 더 많을 것"이라면서 "여자부도 17개 시·도에 6~8개 팀 정도가 있다"고 말했다.
족구만 잘 해도 대기업에 갈 수 있단다. 류 처장은 "학생부에서 월등한 기량을 갖춘 유망주들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GM대우 등에서 눈여겨보고 특채로 뽑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족구도 경쟁이 치열해 직장 동호회에서 좋은 인재를 스카우트한다는 것이다.
다만 족구는 아직 생활체육만 있다. 전국체전에 나서는 엘리트체육 종목이 아니다. 류 처장은 "족구도 거의 프로급 선수가 있는데 이들은 최강부로 묶인다"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실업연맹을 만드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체전에 나서면 초·중·고 선수들이 출전할 수 있고 실업 선수로도 클 수 있기 때문에 크게 저변이 넓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성들의 스포츠로 인식돼온 족구. 그러나 여성은 물론 어린 학생들까지 즐기는 국민스포츠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