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강경화…김병관 될까? 윤진숙 될까?

김병관 전 국방 후보 37일만에 사퇴…윤진숙 해수, 야당반대 불구 임명강행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인사청문경과 보고서 채택의 '늪'에 빠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늪에 빠진 강 후보자를 구할 것인가, 아니면 손을 놓을 것인가?

◇박근혜 정부 초기, 보고서 채택 안됐지만 임명한 사례 많아

강 후보자를 포기하지 않고 임명을 강행하면 나머지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가 더 빡빡해 지는 것은 물론 취임 첫 작품으로 야심차게 준비한 일자리 추경이나 정부조직개편안의 국회 통과에 상당한 진통이 따를 수 밖에 없다.

반면 강 후보자의 손을 놓으면 대야 관계에서 일시적으로 숨통이 트이기는 하겠지만 정국 주도권을 야당에게 넘겨줄 수 밖에 없다. 야당 공조의 위력을 터득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주요 현안에 대해서 비슷한 방식으로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또 국제무대에서 잘 나가던 전문직 여성을 데려다가 끝까지 책임지는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여성계는 물론 지지층으로부터도 두고 두고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새정부 출범 직전인 2013년 2월 23일에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국방부 장관에 내정했다. 하지만 언론 검증과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 외국 방산업체에 고문으로 있었던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야당이던 민주당이 청문보고서 채택을 해주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물론 김 후보자 본인도 일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지만 야당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여당 내부에서도 퇴진 목소리가 나오면서 결국 37일만에 자진사퇴했다.

야당의 반대로 청문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예도 있다. 대표적인 게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다.

윤 전 장관은 개인 신상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지만 청문회에 임하는 태도에서 야당의 미운털이 밝힌데다 전문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청문요청한 국회 제출 23일만에 야당과 여당내 일부 의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임명을 강행했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도 박근혜 정부 초대 내각 구성때 야당의 반대로 청문보고서 채택이 안됐음에도 임명이 강행된 경우다.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더욱 활실한 캐스팅 보트를 쥐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국민의당 "적격한 후임자 빨리 발탁해야" …바른정당 '절차에는 참석'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하루 빨리 철회하든 자진사퇴시키든 하고 적격한 후임자를 빨리 발탁해 국회에 보내면 조기에 청문절차를 진행, 하루빨리 외교부 장관을 임명하는 데 협조할 것"이라고 '강경화 카드'를 버릴 것을 본격적으로 압박했다.

박주선 비대위원장도 전날 6.10 항쟁 기념식에 참석해 한미 정상회담의 차질없는 준비를 위해 강 후보자에 대한 보고서를 채택해 달라는 정부여당의 호소에 대해 "지금 국가 안보가 어려운 시점에서 국방장관 후임도 아직 임명을 안 하고 있는데 그런 논리로 한다면 국방장관을 진즉 임명을 해야 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국민의당도 고민은 있다. 9일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 결과 텃밭인 호남에서도 지지율이 11%에 그치고, 국민의당 지지자 중 77%가 문재인 대통령이 잘한다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를 반대만 하다가는 지지층의 이탈이 가속화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제1 캐스팅보트에 가린 제2 캐스팅보트 바른정당의 움직임은 주목해 볼만하다.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고 있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세 명 모두 부적격이라면서도 부적젹 의사를 밝히는 절차에는 임하기로 했다.

오신환 대변인은 10일 구두논평을 통해 "이들에 대한 부적격 의사를 밝히는 절차에는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강 후보자에 대해 "현재 우리 당을 포함해 한국당과 국민의당까지 3당이 모두 반대하는 상황"이라며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자녀 증여세 탈루 등의 도덕적 흠결이 많아 임명에 동의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 여당은 속이 타들어가지만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고민이다. 자세를 낮추며 야당들의 '선의'에 기대고 있다. 제윤경 원내대변인은 11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한국당이 야당 강박증을 버릴 것을 권유한다.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하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분수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12일 국회 시정연설이다. 추경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면서 국회 통과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하기 위해서 국회를 방문하지만 청문회를 통과했지만 보고서 채택이 지연되고 있는 세 후보자에 대해 언급을 할 가능성이 있다.

시정 연설을 전후해 여야 대표단을 따로 만나 협조를 요청하거나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방법을 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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