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벤조디아제핀 계열 신경안정제는 갑자기 불안이 엄습하고 흥분하는 증상 등을 호소하는 환자에 주로 처방되는 항불안제다.
원칙적으로 수면제는 아니지만 심신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빠른 편이어서 불면증 환자들도 많이 먹는다.
대표적인 벤조디아제핀 계열 신경안정제는 '자낙스'(성분명 알프라졸람)와 '아티반'(로라제팜)이 있다. 이 중 자낙스는 최순실씨가 공황장애 치료제로 장기간 복용해 유명해지기도 했다.
벤조디아제핀 계열 신경안정제는 수면제로 잘 알려진 졸피뎀 성분 의약품보다 의존성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장진구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벤조디아제핀 계열 신경안정제는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하기 때문에 의존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알코올 중독과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하면 쉽다"고 말했다.
순간적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환자가 임의로 과량을 복용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졸림, 어지러움 등의 부작용뿐 아니라 깊은 수면 상태에 빠져들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환자의 임의 복용이 잦아지면 약물을 중단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끊을 때와 마찬가지로 약물에 대한 금단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김대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역시 "자낙스 등 벤조디아제핀 계열 신경안정제는 심리적·신체적 의존성이 있으므로 전문가의 지도 아래 복용해야 한다"며 "의존성뿐 아니라 내성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벤조디아제핀 계열 신경안정제는 약물을 먹기 시작하거나 중단할 때에 모두 의사와의 상담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최근 몇년새 불안장애 환자가 많이 늘어난 만큼 벤조디아제핀 계열 신경안정제의 오남용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불안장애(질병코드 F41)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56만5천명에 달한다. 이는 2011년의 44만5천명 대비 27% 늘어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