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

87년 세대와 촛불 세대의 만남…서로에 대한 격려와 다짐의 한마당

10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사진=황영찬 기자)
10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5000여 명의 시민이 무더운 날씨에도 광장에 나와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30년 전 6월 민주항쟁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번 행사는 사상 처음으로 행정자치부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함께 개최했다. 참가한 시민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일궈낸 민주화에 자긍심을 느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주최 측이 준비한 의자가 부족해 일부 시민들은 광장 바닥에 걸터 앉아 행사를 지켜보기도 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올해 행사에는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이한열 열사의 가족 외에도 황보영국 열사의 아버지 황보문수 씨, 이태춘 열사의 어머니 박영옥 씨 등이 함께 참여해 주목받지 못했던 열사들의 희생도 함께 기려졌다.

특히, 6월 항쟁 때 명동성당 농성에 참가 했던 김민곤 씨가 딸 래은 양과 함께 '국민께 드리는 글'을 낭독할 때, 일부 시민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김 씨는 딸에게 "그 시대 우리들이 민주화와 통일의 꿈을 꾸면서 서로 함께 살아왔었다"고 소회를 밝혔고, "30년 전 우리가 좀 더 철저했다면 하는 아쉬움에 부끄럽지만, 너희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와줘 너무나 고맙다"고 말했다.

딸 래은 양은 "우리는 독재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잘 모르지만, 피하지 않고 맞섰던 아빠가 자랑스럽다"며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다른 이들의 손을 잡아줘야 한다는 것을 이제 알겠다"고 답했다.

역시 87년 명동성당 농성에 참여했던 이영희(57) 씨는 "부녀의 대화 속에 국민 모두의 마음이 함축돼 있는 것 같다"며 "이러한 역사의 현장에 함께했었다는 감정이 뿌듯함을 넘어 자긍심까지 느껴진다"고 말했다.

6월항쟁 세대인 안영수(51) 씨는 "여기서 멈추어선 안되고 다시는 비극적인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성숙한 정치가 이루어 졌으면 참 좋겠고, 계속해서 그렇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학생들도 기념식을 찾아 민주화의 의미를 되새겼다.

서울 도봉구에서 온 위다현(15) 학생은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가 아버지 세대가 최루탄 맞으면서 이뤄낸 것이라는 생각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며 놀라워했다.

백운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백동호(15) 학생도 "예전에 우리가 얻어낸 민주화 때문에 우리가 지금 촛불집회까지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그 희생을 기리는 뜻깊은 행사에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친구 김영준(15) 학생도 "과거 많은 분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애써주신게 너무 감사하다"며 "촛불을 밝힌 우리가 그 희생을 잊지 않고 지켜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는 6월 민주 항쟁 30년 사업 추진위원회와 서울시가 공동 주최하는 '민주시민 대동제' 행진이 서울광장에서 진행되며, 7시부터는 '6월의 노래 다시 광장에서'라는 주제로 음악과 예술 공연이 펼쳐지는 등 다양한 행사가 계획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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