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사상최고치 장세.. "실물 경기 흐름과 괴리"

괴리 계속 연장 가능성...우리 경제 성장에도 걸림돌로 작용

주가는 경기 흐름을 반영하는 거울로 불린다.

그렇다면 최근 코스피의 사상최고치 장세로 미뤄볼 때 우리 경기 흐름도 아주 좋은 것일까.

최근 코스피는 오랫동안 증시를 짓눌러왔던 박스권 장세에서 벗어나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9일에는 지난 2, 3일간의 숨고르기에서 벗어나 급등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2,380선 고지도 넘어섰다.

이처럼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하는 것은 기업의 실적이 반영된 것인 만큼 경기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를 하게 만든다.

경기가 좋아서 수출이 늘고 기업실적이 좋고 그것이 주가에 반영된 것이라는 기대이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1/4분기 경제성장률은 6분기만에 상승세로 전환됐고, 수출은 7달 연속 상승세, 5달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외견상으로는 코스피의 사상최고치 장세는 모처럼 살아나고 있는 경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판국에 경기를 살리기 위해 왜 추경편성을 하느냐는 목소리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실물경기흐름은 코스피의 사상최고치 장세와는 거리가 있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1/4분기 경제성장률 1.1%(전기대비) 가운데 건설투자 기여도가 1.1%p를 차지한데 비해 민간소비나 설비투자 기여도는 아직 0.2%p나 0,4%p에 머물고 있다.


높은 수출 증가세도 지난해 실적이 좋지 않았던 기저효과를 반영한 것으로, 기저효과 영향이 줄어드는 하반기에는 증가율 자체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경기선행지수 등 향후 수출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도 소폭 반등 후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실물경기흐름과 코스피의 사상최고치 달성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셈이다.

이러한 괴리는 계속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향후 경기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당분간 강세를 이어가겠지만 주식시장이 강한 만큼 경기회복 속도가 강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경기는 지난해보다는 반등하겠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주식시장의 상승세와 실물 경기흐름 사이의 괴리된 환경은 계속 연장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러한 실물경기흐름과의 괴리에도 불구하고 코스피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며 상승장세를 이어가는 것은 어찌된 영문일까.

그 답은 경제 양극화에 있다고 정용택 팀장은 지적한다. “괴리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양극화에 있다. 경제 전체에서 모아진 파이에서 기업 쪽으로 돈이 몰리면서 기업이 투자의 주체이면서 투자 위축에 따른 남은 잉여유동성으로 저축의 주체도 되고 있다. 그렇게 기업으로 흘러 들어간 유동성이 가치평가라는 툴을 통해 주식시장에 반영돼 주가상승의 동인이 되고 있다. 반면 기업 쪽에서 많은 파이를 가져가면서 나머지 부문에서 파이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일반 가계가 체감적으로 느끼는 경기는 주식시장과 유리된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것은 과거 80년대 말이나 트로이카 주식이 뜰 때와 같이 주가가 올라가면 경기도 전반적으로 좋았던 때와는 경제구조가 바뀐 것이다.

최근 코스피는 나름대로 기업의 실적을 반영하면서 사상최고치 장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고 거품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기업으로 돈이 몰리면서 기업은 잘 나가고 있는데 가계 쪽은 경기가 좋지 않은 양극화에 있다.

이러한 구조가 정상적이라거나 장기적으로 지속성이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할 수 있다.

경제 전체가 커지는 것이 아닌 기존의 경제 파이를 기업 부문이 더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코스피 사상최고치 달성을 통해 전체 우리 경제가 잘 나가고 있다는 착시현상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경제의 성장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정용택 팀장은 “이러한 분배구조의 왜곡은 현금흐름이 투자위축에서 출발하는 만큼 우리나라 성장 잠재력에 부정적일 수 있다. 이를 시정하는 정책압력은 거세질 것이다. 다만 이 구조가 단기간에 바뀌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주식시장과 실물 경제 부문과의 괴리 역시 당분간 유지되거나 확대될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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