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은 이낙연 총리 인준 과정에서 도덕성 문제를 이유로 '표결 보이콧'을 택했다. 정부 여당이 야당의 반발 속에서 임명 절차를 강행했다며 앞으로 협치는 어려울 것이라는 논리를 앞세웠다.
이어진 고위공직 후보자 청문 절차 대응방식도 다르지 않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강경화 외교부 장관·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해 모두 불가 입장을 내놓으며 '보이콧 릴레이' 방침을 밝히고 있다.
한국당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9일 "김상조, 강경화, 김이수 후보자처럼 인사 참사에 해당하는 분들은 응당 본인이 자진사퇴해야 한다"며 청문 보고서 작성과정 조차 참여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들이 별 이견 없이 통과시켜 준 후보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유일하다.
이에 더해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은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국회 상임위원장 오찬도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며 불참의 뜻을 밝혔다. 반대 후보자 임명이 강행될 경우 이미 '불가' 방침을 밝힌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등에 대한 협조는 더 어려워 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임명 강행할 경우 더이상 협치는 기대할 게 없다는 기조 하에서 추가경정예산과 향후 인사청문회 등을 종합적으로 놓고 강경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강경 대응의 명분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5대 비리 관련자 고위공직 원천배제' 원칙을 스스로 깼다는 비판 논리다. 하지만 입장이 비슷한 다른 야당과 대비되면서 목소리에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입장을 밝히면서도 보이콧은 자제하고 있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어떤 사안에 여당과 입장이 다르더라도 되도록이면 논의의 틀 안에서 의사를 표시하자는 기조"라고 설명했다. 협치라는 큰 틀 안에서 비판과 견제를 하겠다는 얘기지만, 한국당은 이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정 대행은 국민의당을 겨냥해 "여당의 2중대라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쓴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반대 후보자 임명 강행 시 다른 사안도 협조가 어려워진다는 '연계 반대' 입장도 비판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는 한국당이 과거 집권 당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성질이 다른 사안을 왜 묶어서 반대하느냐며 '발목잡기'라고 비판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민주당에서는 한국당이 물밑에서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반대만 하고 있다며 과거 자신들의 행보와는 결이 다르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고 있어서 국회에서 협상으로 풀어가기 너무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의 '나홀로 마이웨이'는 국민의당이 정국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상황에서 제 1야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정치권이 자신들을 논의구조에서 배제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한국당 당직자는 "우리 자유한국당을 빼놓고 나머지들 하고만 협의하겠다는 게 여러가지로 보인다"며 "철저하게 제 1야당을 무시하고 나간다면 우리는 협치를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한국당만 협치를 안하고 있다'는 식의 시각도 있어 양측 입장의 간극이 좁혀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상호 전 원내대표는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한국당을 겨냥, "야당의 존재를 드러내야 한다는 강박증에 사로잡힌 게 아니냐"며 "너무 정략적으로 나올 때는 국민에게 직접 판단을 구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