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구청 중재 건립 합의…연대는 기숙사비가 원룸보다 비싸
대학가 자취방 월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기숙사를 더 지어달라는 대학생 탄원이 잇따르고 있다.
총학생회가 학생 수천명에게 탄원서를 걷어 구청에 민원을 접수할 정도로 조직적인 움직임도 잇따른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8일 서울 성북구 교내 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운산 기숙사 신축을 성사시켜 달라"고 학교와 성북구청에 요구했다.
고려대는 2013년 말 학교 안에 있는 개운산에 기숙사 신축을 추진하면서 2014년 8월 부지에 대한 토지용도 변경을 신청했으나, 성북구청이 주민 반대를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다.
총학은 "현재 기숙사 수용률이 10.4%에 불과해 학생들은 평균 47만원에 달하는 안암동 원룸으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월세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늘리거나 왕복 2∼3시간의 장거리 통학을 하는 학생이 많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총학에 따르면 전국 대학교 기숙사 수용률 평균은 20.1%, 사립대 평균은 19.3%다.
총학은 "학교 측에서 주민 체육시설과 녹지 복원까지 약속했음에도 일부 주민들이 원룸 공실 발생을 우려해 기숙사 신축을 반대한다"면서 "학교본부가 기숙사 추가 건립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성북구청은 학교가 올해 4월 제출한 근린공원 조성계획변경 서류를 조속히 서울시 도시공원위원회에 입안되도록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5월 11∼25일 고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걷은 3천57장의 기숙사 신축 촉구 탄원서를 학교와 성북구청, 서울시 도시공원위에 전달했다.
이달 5일 한양대학교 총학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는 한양대 기숙사 신축 계획을 통과시켜달라"며 시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한양대 학생들은 "기숙사 수용률이 11.5%에 그친다"며 기숙사 신축을 요구하지만, 인근 지역에서 원룸을 운영하는 주민들은 "지역경제가 초토화된다"며 맞서고 있다.
주민들은 '한양대기숙사건립반대대책위원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현수막을 내거는 등 적극적인 반대 활동을 펴고 있다.
경희대의 경우 고대·한양대와 같은 마찰을 겪다가 이를 극복하고 기숙사 건립에 성공한 사례다.
경희대는 2014년 기숙사 건립 추진 당시 주민 반대에 부딪혔으나, 동대문구청에서 민원조정협의체를 구성해 주민 설명회·공청회를 수차례 열면서 합의를 끌어내 신축 기숙사를 지었다.
운동장 인근에 지상 10층·지하 2층 규모로 기숙사를 건립해 올해 8월부터 학생 900여명을 받을 예정이다. 경희대 관계자는 "기숙사 수용률이 10%를 약간 넘는 수준이었는데 16%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는 좀 독특한 경우다. 학교 측이 주변 원룸보다 비싼 가격에 민자기숙사를 운영해 학생들의 지탄이 쏟아진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지난 4월 공개한 2016년 사립대 민자기숙사 현황 따르면 연세대 SK국제학사는 한달(30일 기준)에 65만5천원이 들어 1인실 가격 순위 1위에 올랐다.
연세대 SK국제학사는 조사에서 유일하게 60만원을 넘었다. 평균치인 32만원보다는 두 배가 넘는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연세대 SK국제학사 1인실을 1년간 사용하면 786만원을 지불해야 해 2016년 사립대 평균 등록금(737만원)보다도 비싸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SK국제학사는 2인실도 한 달 가격이 44만3천원으로 조사에서 유일하게 40만원대를 기록하며 2인실 중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연세대의 다른 민자기숙사인 '우정원'은 2015년 초 개관할 때 2인실이 한 달 69만원으로 책정돼 당시 총학생회가 조사한 신촌 일대 원룸 평균가인 56만원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었다.
연세대와 이화여대가 있어 원룸과 하숙집이 밀집한 서대문구 신촌-아현동 일대에선 한때 주민들이 생존권 문제 등을 들어 대학의 기숙사 신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 측이 신축 기숙사를 비싼 가격에 운영하면서 기숙사 관련 이슈는 주민과 학교 측의 기숙사 추가 건설 논쟁에서 학교와 학생 간 기숙사 가격을 둘러싼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