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미 "대통령 파면 슬프지 않다면 마음이 마비된 것"

이 전 헌법재판관 고려대 강의 "朴 파면 고뇌 컸다"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파면 선고을 내린 것에 대해 "인간적으로 매우 고뇌가 컸다"며 심정을 밝혔다.

그는 지난 7일 모교인 고려대학교에서 가진 첫 강연에서 "한 나라의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것이 슬프지 않다면 법률가로서 인간의 마음이 마비된 것 아닌가. 다시는 되풀이돼서는 안될 슬픈 역사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외압과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기록과 헌법정신에만 기초해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퇴임 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석좌교수로 초빙된 이 교수는 이날 고려대 법학관 신관 501호에서 '헌법재판의 시각으로 본 우리의 삶과 비전'을 주제로 학생들에게 헌법재판소의 역할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헌법은 그동안 법전 속에 묻혀 있었다"며 "헌법재판소는 잠자는 숲 속 공주의 볼에 키스해 잠을 꺠우는 왕자처럼 우아하게 묻혀있던 헌법 정신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법권 독립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사법권 독립은 어떠한 경우에도 훼손돼서는 안된다"며 "이는 법치주의가 또다시 무너지는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결정에 불만을 품고 신상털기나 협박 등을 일삼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인민재판과 같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라고 역설했다.

이 교수는 고려대 법대 출신의 첫 여성 사법고시 합격생으로 역대 두 번째 여성 헌법재판관이기도 하다. 그는 여성 재판관으로서의 고충도 털어놨다.

이 교수는 "정당 해산 심판 때는 큰 애가 고3이었고, 탄핵 심판 때는 작은 애가 고3이었다"며 "당시 밤새워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탄핵 심판 선고일 당시 헤어롤을 미처 정리하지 못해 빚어진 해프닝에 대해선 "당시 미용실 갈 시간조차 없어 집에서 직접 가위로 머리를 자를 정도였다. 헤어롤을 못 뺀 것도 너무 바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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