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 '얼마나 더웠냐고요? 묻지도 따지지도 마세요'

중동파 남태희 "이런 날씨 나도 처음"…이명주 "적응할 수 없어"
기성용 "굳이 얘기 안 해도…그래도 다음 경기 더 기대"

한국 축구대표팀이 8일(한국시간) 이라크와 평가전에서 답답한 경기를 보인 데에는 스리백이라는 전술 탓도 있지만, 역시 우려했던 날씨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현장에 있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찜통더위' 탓이다.

이날 평가전이 열린 시간은 현지시간 7일 밤 9시였다.

낮에는 40도를 넘나들어 아예 경기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래서 오후 늦게 열렸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다.


경기 시작 시간대에도 기온은 35도를 넘나들었다. 그냥 밖에 걸어 다니기조차 쉽지 않은 더위다.

대표팀은 이런 현지 날씨에 적응하기 위해 14일 카타르전을 앞두고 일찍 이곳으로 왔다. 지난 4일부터 훈련을 해왔지만, 며칠 사이 적응은 쉽지 않아 보였다.

선수들이 실제로 경기 중에 느낀 더위는 어땠을까.

2년 5개월 동안 카타르 프로축구리그에서 뛰었던 이근호(강원FC)는 경기가 끝난 뒤 거의 탈진하다시피 했다.

이근호는 이날 후반에 투입돼 45분을 뛰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한동안 퍼져있다가 그라운드를 맨 마지막에 빠져나갔다.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은 경기가 끝나고 취재진과 만난 꺼낸 첫마디가 "더워요"였다. 이어 날씨 질문에 "제가 얘기를 안 해도 아셨을 것"이라고 웃었다.

A매치 신고식을 한 황일수(제주)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더웠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 "뛰어다니다가 힘든 부분이 있었다. 힘들더라"고 했다.

후반 32분 투입돼 추가시간 포함 15분가량 뛴 황일수였다.

2011년부터 카타르 레퀴야에서 뛰고 있는 남태희는 "6년 가까이 뛰었는데, 이런 더위는 나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6월은 비시즌이기 때문에 나도 6월 경기는 처음"이라며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바로 이곳 아랍에미리트 알아인에서 2014년부터 뛴 이명주는 "적응 할 수 없는 날씨인 것 같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선수들은 비록 이날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이번 경험이 카타르전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명주는 "이곳에 일찍 오지 않았더라면 적응도 못 하고 방심한 채 경기장에 들어갔을 것"이라며 "더위의 맛을 한 번 봐서 앞으로 경기를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기성용은 "선수들이 이 더위에서 뛰어본 건 좋은 경험이었다"며 "더위에 잘 적응해서 오늘 경기보다는 다음 경기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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