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지난해 8월에 논란이 있었던 일인데 대법원 소속의 한 부장판사가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다가 적발돼 논란이 일었다. 그 판사는 바로 사표를 냈지만 대법원은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감봉 3개월의 징계처분을 했다가 올 1월에서야 퇴직했다.
그런데 이 판사가 퇴직한 뒤 변호사로 등록을 했고 대형로펌에서 근무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성매매 판사, 어떻게 무사히 변호사 됐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판사나 검사가 징계를 받고 퇴직하면 변호사 개업을 못하는 거냐?
= 징계수위에 따라서 변호사 등록을 하지 못하게 된다.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해 '면직' 징계가 청구됐다.
검사의 징계는 파면이 없고 '해임-면직-정직-감봉' 순이다. 해임은 퇴직후 3년에서 5년까지 변호사 개업이 금지되고 연금 25%가 삭감된다. 면직은 2년간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지만 연금은 삭감되지 않는다.
정직이나 감봉은 명시적으로 변호사 개업을 하지 못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등록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한다.
▶ '성매매 판사'는 변협 심사를 거치지 않았나?
= 그렇다. 그래서 논란이 된 것이다. 성매매 행위는 명백한 범법행위다.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성매매) 혐의로' 검찰이 기소유예 하긴 했지만 명백한 법률위반이다.
따라서 당연히 변호사 등록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대한변협은 심사를 하지 않고 변호사 등록을 받아줬다.
변호사법 8조는 '공무원 재직 중 위법 행위로 인하여 형사소추 또는 징계처분을 받거나 그 행위와 관련해 퇴직한 자로, 변호사 직무수행이 현저히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심위 의결을 거쳐 등록을 거부할 수 있고, 등록을 거부하는 경우 1년 이상 2년 이하의 등록금지 기간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 성매매 판사를 기소유예 한 것도 봐준거냐?
= 법을 어겼는데도 재판에 회부하지 않고 기소유예한 것은 봐준 건 맞다. 그렇지만 검찰에서는 "초범인 성매수 피의자는 99% 기소유예 처벌하는 통상적인 처리 절차를 따랐다"는 입장이니 꼭 봐줬다고 할 수도 없다.
▶ 심사조차 하지 않은 건 특혜 아닌가?
= 명백한 특혜다. 변호사 등록심사위원회 회부 여부는 대한변협 회장이 결정한다.
변협 관계자는 "등록심사위는 열어도 되고 안 열어도 되는데, 그건 변협 회장의 재량"이라고 말했다. 다만 변호사 등록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는 반드시 등록심사위원회를 열어야 한다.
'성매매 판사'의 경우 징계처분을 받고 사표가 수리된 다음달인 지난 2월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에 변호사 등록신청을 냈으나 '자숙기간을 거치라'는 권고에 따라 신청을 철회한 뒤 3개월간 자숙기간을 가졌기 때문에 서울변회 등록심사위가 만장일치로 등록을 해주도록 했고 대한변협은 심사조차 하지 않고 등록을 받아 준 것이다.
▶대한변협 김현 회장이 이문제에 대해 사과했다고?
= 변협 김현 회장은 '생각이 짧았다'며 '실수였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현 회장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실 제 생각이 짧았다"면서 "제가 절차를 좀 미흡하게 한 것 그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김현 회장은 "서울변회에서 자숙기간을 상당히 가진뒤 적격으로 판단해서 이 정도면 반성하지 않았겠느냐고 생각해서 무심코 해줬다"면서 "변협 등록심사위원회를 통해서 처리를 했어야 했는데, 실수를 했다"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변호사 등록을 받아준 다른 이유도 있나?
= 첫 번째는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적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법조계에서 평판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현 회장은 "평판조사를 해보니 굉장히 평이 좋더라"면서 "평판이 안 좋거나 그랬으면 좀 더 엄격하게 했을텐데 평판도 좋고 재판도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어서 좀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지방변호사에서 등록심사를 했던 한 변호사도 "성매매를 안 했어야 하지만, 징계도 받았고 평판도 나쁘지 않아서 등록을 받아줬다"면서 "변호사도 하지 말아라고 하는 건 좀 억울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변호사 등록을 받아주는 게 '고무줄 기준'이라는 지적도 있던데?
= 논란의 핵심은 바로 그 대목이다.
대한변협은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와중에 '혼외자 논란'으로 취임 180일만에 물러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변호사 등록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개업신고를 반려하는 한편 자진철회를 요구했다.
채 전 총장은 징계를 받지도 않았고 직무관련성이 있는 것도 아닌데 대한변협 전 회장인 하창우 변호사가 개인적으로 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러다 변협 회장이 바뀌고 지난달 변호사 등록을 받아준 것이다.
역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했던 박형철 검사도 감봉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는 이유로 변협이 등록심사위를 열었다. 그런데 심사위에서 법무부 추천을 받은 심사위원이 심사과정에서 딴지를 걸면서 논란이 일었다고 한다. 서울변회는 만장일치로 통과를 시켰는데 대한변협에서 등록심사위를 다시 열었던 것이다.
당시 박형철 검사에 대한 징계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높았고 잇따른 좌천에 사직을 한 것인데도 변협은 징계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심사절차를 거쳤던 것이다.
그런데 '성매매 판사'는 법률위반으로 기소유예 처분과 함께 감봉3개월의 징계를 받았지만 등록심사조차 열지 않은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고무줄 기준'이라거나 '고무줄 심사'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참고로 변협 '등록심사위원회'는 1. 법원행정처장이 추천하는 판사 1명, 2. 법무부장관이 추천하는 검사 1명, 3. 대한변호사협회 총회에서 선출하는 변호사 4명, 4. 대한변호사협회의 장이 추천하는, 법학 교수 1명 및 경험과 덕망이 있는 자로서 변호사가 아닌 자 2명 등 9명으로 구성된다.
▶법조계의 인식과 국민들의 인식에 차이가 큰 것 아닌가?
= 국민들과 인식차이가 크다. 취재과정에서 변협관계자들이나 일선 변호사들의 입장에서는 '성매매 판사'가 불쌍하다거나 변호사 개업도 못하게 하는 건 지나치다는 얘기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보자면 그렇게 볼 수 있겠지만 일반 국민들에게도 그렇게 관대하게 법률을 적용하거나 판단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법조계를 법조3륜이라고도 한다. 판사와 검사 변호사 세바퀴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법조3륜에 대한 국민의 시각은 싸늘하기만 하다. 지난해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와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는 엄청난 수임료를 챙긴 법조비리 사건으로 구속됐다. 현직이었던 김수천 부장판사도 사건 관계인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판사석 대신 피고인석에 앉았고 진경준 전 검사장도 마찬가지 신세였다.
이른바 '돈봉투 회식사건'도 법조인들의 시각이 일반 국민들의 눈높이와 어떻게 다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시민단체 법률소비자연맹이 법의 날을 맞아 대학생과 대학원생 4259명을 상대로 대면 설문조사를 결과, 전체 응답자의 88.28%가 '유전무죄·무전유죄'라는 말에 공감했다. '권력이나 돈이 있으면 위법을 하더라도 처벌이 가벼울 것'이라는 인식에 79.62%가 동의했다.
법을 다루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어야 한다. 끼리끼리의 문화로 법조3륜 자신들에게는 느슨하고 국민들에게만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