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슈틸리케호에는 원칙이 있었다.
바로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들은 대표팀에 부르지 않겠다"는 원칙이었다. 과김했다. 이청용과 박주호를 비롯해 김진수, 윤석영 등 당시 출전 기회가 없던 유럽파들을 호출하지 않았다. 다른 주축 선수들에게도 같은 잣대를 적용했다.
하지만 최종예선 시작과 함께 벼랑 끝에 몰리면서 슈틸리케 감독은 스스로 이 원칙을 깼다. 소속팀 경쟁에서 밀린 선수도 대표팀으로 불렀다.
이번 카타르 원정도 마찬가지였다.
이청용은 2016-2017시즌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20경기에 출전했지만, 대부분 교체로 나섰다. 1월29일 맨체스터 시티전 풀타임 이후 5월7일 맨체스터 시티전 33분 교체 출전이 전부다.
박주호도 마찬가지다. 박주호는 2016-2017시즌 단 2경기만 뛰었다. 올해는 세 차례 친선경기 출전이 전부다. 그나마도 45분도 뛰지 않았다.
유럽파는 아니지만, 장현수(광저우 R&F)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장현수는 슈틸리케 감독의 총애를 받고 있는 수비수다. 하지만 올해 중국 슈퍼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8일 이라크와 평가전에서 이청용과 박주호, 장현수를 선발로 출전시켰다. 14일 카타르전을 앞두고 팀을 다듬어야 할 중요한 평가전이 몇몇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수단이 됐다.
그나마 경기력도 기대 이하였다.
이청용은 45분만 뛰고 교체됐다. 실수가 잦았다. 박주호도 전반 왼쪽 윙백, 후반 왼쪽 풀백으로 출전해 90분을 뛰었지만, 이렇다 할 움직임이 안 보였다. 공격 가담 후 수비 전환이 늦는 모습도 나왔다. 스리백과 포백을 오간 장현수 역시 불안한 모습이 종종 연출됐다.
경기에 계속 뛰면서 나오는 경기력은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원칙을 세웠던 이유이기도 하다. '와일드카드'라는 표현까지 쓰며 데려온 선수들이기에 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