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 전술 변화보다 세밀함이 필요

기성용.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8일(한국시간) 열린 이라크와 평가전에서 다소 파격적인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바로 기성용(스완지시티)을 센터백으로 한 스리백이었다. 기성용이 포어 리베로 형식으로 나서고, 상황에 따라 좌우 윙백은 박주호(도르트문트)와 김창수(울산)가 내려와 포백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술. 14일 열리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8차전 카타르 원정을 대비한 전술이기도 했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이라크는 한국을 상대로 선 수비 후 역습으로 나섰다. 카타르 역시 비슷한 경기 운영을 할 전망이기에 가상의 카타르로 더할 나위 없는 상대였다. 역습을 대비하려 스리백을 쓴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문제는 전술이 아닌 세밀함이었다.

스리백을 쓴 전반 기성용은 줄곧 센터백 자리에 섰다. 한국 공격의 시작점이 최후방으로 내려간 셈이다. 가뜩이나 이라크는 최전방 원톱을 제외하면 대부분 하프라인 밑으로 내려서는 상황. 그럼에도 기성용의 최후방 패스로 공격을 전개했다. 롱패스로 공격을 시작하는 만큼 찬스를 만들어내는 세밀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덕분에 가장 강력한 창인 손흥민(토트넘 핫스퍼)은 고립됐다. 전반 36분 돌파에 이은 왼발 슛이 전부였다. 손흥민에게 향한 패스 대부분이 기성용에게서 나온 후방 롱패스였다. 중원에서 좌우로 뿌려주는 패스는 실종됐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포메이션을 바꿨다.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대신 이근호(강원), 손흥민 대신 황희찬(잘츠부르크), 남태희(레퀴야) 대신 이명주(알 아인)을 투입해 4-1-4-1 포메이션으로 전환했다. 기성용은 제 포지션으로 복귀했다.

공격이 조금씩 풀렸지만, 여전히 창은 무뎠다. 슈틸리케 감독이 추구하는 점유율 축구적인 면은 괜찮았다. 하지만 세밀함은 여전히 부족했다. 공만 가지고 있을 뿐 제대로 된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황희찬, 이명주, 이재성(전북) 등이 몇 차례 골문을 두드린 것이 전부다. 그나마 골문으로 향한 슈팅도 없었다. 말 그대로 무기력한 공격이었다.

카타르 역시 이라크처럼 수비 위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대로라면 카타르 골문을 제대로 두드리지도 못한다. 지금 슈틸리케호에 필요한 것은 전술의 변화보다 공격의 세밀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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