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정치의 출발 "내가 바꾸고 싶은 게 무엇인지 내놓고 얘기하고 공통된 일거리 분모를 찾아가는 것"
■ 진행 : 박윤경 ANN
■ 정리 : 홍수경 작가
■ 대담 : '과천풀뿌리' 이해정 전 대표
대선이 끝나면서 이제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가 주목되고 있다. 특별히 정치를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생활정치로 바꿔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관련해서 경기도 과천에서 오래전부터 다양한 풀뿌리 시민의 정치활동을 펼쳐온 '과천풀뿌리' 이해정 전 대표를 만났다.
인사
◇박윤경>지난주엔 춘천에서 강연 일정도 있으셨죠?
◆이해정>초대해주셔서 원거리지만 바람 쐬듯 즐겁게 다녀갔다. 춘천지역에서 내년 지선을 대비해서 모임들을 구상하고 계신 것 같은데, 과천 지역에서 벌어진 운동이나 선거의 경험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박윤경>과천 풀뿌리 전 대표로 소개해드렸는데 어떤 단첸지?
◆이해정>과천은 서울 아래에 있는 인구 7만의 작은 도시다. 풀뿌리는 2014년 지방선거 전 만들어진 단체다. 그 전에도 지역에서 이런 저런 활동을 했던 분들이 정치단체를 명명하며 만들어졌는데, 2명의 무소속 여성 후보를 당선 시키며 다른 지역에도 알려지게 됐다. 일상적인 활동은 다른 지역의 시민단체와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
◇박윤경>과천에선 다양한 형태의 풀뿌리활동이 활발한 지역으로 들었는데, 전국 최초로 보육조례를 주민발의에 의해 개정하는 등 다양한 주민자치 시도가 있었다.
◆이해정>보육 조례 주민 발의, 낯설면서도 재미있었다. 환경이나 교육문제뿐만 아니라 생활협동조합이나 학교급식과 관련해서 운동을 한 그룹들이 있고, 오래 전부터 공동육아를 해오던 분들이 대안학교를 만들어서 활동했다. 평화운동이나 인권운동도 이뤄지고 있는데 어느 중앙단체의 지부가 아니라 지역에서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모임이 굉장히 많다. 대안 경제 운동으로 과천품앗이라는 지역화폐 운동하는 곳도 있고, 사회적 경제와 관련된 활동과 모임이 있다.
◆이해정>서울 바로 아래에 있고 가깝긴 하지만 독립적인 한 도시이다. 83년부터 도시가 형성돼 만들어져왔는데 사람들이 밀도 있게 모여사는 도시라 주민들 간 대면할 수 있는 일이 많은 편이다. 특이한 것은 이곳의 활동이 처음부터 활발했다기보다는 중간 중간 노력한 흔적이 많았다. 정치적으로는 전형적 보수성향이 강한 도시다. 그래서 그냥 살기 편안한 전원적이고 평화로워 보이는 도시에 일거리들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과제들을 찾아오면서 이런 것들이 활발하게 진행된 것 같다.
◇박윤경>보수성향이 강하다 하셨는데, 과천의 정치적 지형은 어떤지?
◆이해정>압도적으로 보수적인 곳. 집권 여당 쪽에서 자치단체장들을 했다. 그런 건 여전한 성향이다. 그러나 그에 반해 굉장히 많은 생협 인구들, 공동육아협동조합, 대안학교들. 도시규모에 비해 그런 인프라 가 발달됐다. 이런 부분이 자신들만의 조직·모임들로 꾸려져오다가 풀뿌리 운동의 큰 테두리에서 함께 움직이게 된 경험을 한 게 과천 뿔부리의 역할이 아니었나 싶다.
◇박윤경>풀뿌리 시민들이 추천한 인물들을 소속 시의원으로 당선시킨 보기드문 성과도 있었는데,시민들이 직접 후보를 정하고, 시민을 대변할 수 있는 일꾼들을 만들어 낸 이후 어떤 의미있는 변화가 있었는지?
◆이해정>과천 풀뿌리 이름으로 2명의 무소속 여성후보를 당선시킨 것은 2014년의 일이지만, 무소속 후보가 시민들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것은 2006년부터다. 더 거슬러 올라가 지역 환경단체의 구성원이 후보가 돼 당선됐던 적도 있다. 본격적으로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고 응원해서 당선된 건 2006년. 당시 1명은 무소속, 1명은 진보정당 후보로 동시에 선거운동을 해서 당선됐다. 2010년에도 마찬가지로 이 두 사람이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한 경험이나 학습 되어진 내용들이 있었는데, 그것으로 만족한 게 아니라 누군가 훌륭한 사람이 있어서 의원이 되겠다했을 때 지지하고 도와줄 게 아니라 지금까지 활동해온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 중 자신의 정치적 이야기와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게 하고 싶다는 게 지난 선거의 핵심적 내용이었다. 2006년과 2010년 선거 당시, 많은 시민과 활동가들이 자원봉사자의 입장이었다면, 2014년에는 내 일이고 내가 출마하는 것과 같았다. 저 후보가 바로 ‘나’라는 입장이었다. 우리 후보를 우리가 뽑는다는 게 흔히들 쓰는 구호이고 당연한 얘기 같지만, (실제 그렇지 않기에) 차별성이 있었다. 시민들이 모여 추천하는 후보를 낼 것인가 말 것인가를 정하는 시민 공천파티를 거쳐 2명을 정해 당선되도록 매진했고, 의회 구성된 후에도 시민들이 의원들만큼 바빴다.
모두가 정치 주체가 되는 일이 힘들고 번잡하긴 하다. 의원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권력이 정보인데, 어떻게 시민들과 나눌 것인가 그런 것들을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해 권력을 나눠가지는 것으로 과천풀뿌리를 생각했던 것이다. 당선 이후의 과정이 다른 곳과 달랐다는 생각이 든다.
◇박윤경>사실 지난연말부터 대선을 지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민들은 정말 다이내믹한(?) 시간을 보냈죠.그러면서, 우리 국민들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일꾼'을 뽑는다는 행위, 선거가 무엇이며, 정치가 우리의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좀 더 다양한 질문과 성찰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 아니었을지?
◆이해정>힘들었죠. 매주 광장을 지키는 분들이 그랬을 것이다. 이전에도 시민들이 광장의 정치를 이룬 때가 많이 있었다. 광우병 등 처음이 아니었지만, 그 이후 성과로 가져올 것이 없었기에 지치고 허탈한 경험을 했던 것 같다. 이번에는 정권교체의 성과를 얻어냈다. 3~4달 추운겨울 광장에서 외친 후 무엇을 가졌지? 생각해보면 요즘 사람들과 흥겨운 기운들을 나누고는 있지만 그 결과가 대통령 한 사람인가?라고 생각하면 쓸쓸해진다. 앞으로도 광장을 통해 얻어나가야 할 것은 '자치에 대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자치라는 건 내 운명을 내가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삶의 터전에서 지역, 이웃들과 같이 일상 속에서 자치를 경험하고 자치가 가능하도록 민주적인 절차들을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힘들여 바꿔낸 것을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건 더 많은 에너지가 드는 부분이다.
◇박윤경>그런 점에서, 일부 정치인들만의 리그가 아닌 우리의 삶, 일상과 호흡할 수 있는 정치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중요할텐데. 특별히 내년은 지방선거가 있는 해다. 정치의 문턱을 낮춘 생활정치를 위한 변화가 이곳 강원도 춘천에서도 있을 것 같은데, 어디에서 출발해야한다고 보시는지?
◆이해정>어느 지역이나 힘을 쏟고 있는 분들이 많이 계실텐데 정치를 바꿔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그 과정에서 참여하는 분들이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게 출발이 아닐까. 내가 바꾸고 싶은 게 무엇인지 내놓고 얘기하고 공통된 일거리 분모를 찾아가는 게 출발이다. 내가 만약 춘천지역에 산다면 이곳에서 정치를 훌륭하게 바꾸겠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살아보니 이런 점들이 나의 자유로운 생활을 가로막는데, 어떻게 바꾸고 싶은지 생각하고, 이런 마음들이 모일 때 실천의 동력이 될 수 있을 거라 본다.
◇박윤경>여기까지 듣겠다. 지금까지 과천 풀뿌리 이해정 전 대표와 말씀 나눠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