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감찰본부는 7일 이 전 지검장의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법무부‧대검 합동감찰반 조사결과 발표 직후 내려진 조치다.
이 지검장은 법무부 과장 2명에게 각각 100만원이 든 봉투를 격려금 명목으로 주고, 1인당 9만5000원의 식사를 건네 김영란법을 어긴 것으로 이날 오후 감찰 조사 발표에서 드러났다.
이 전 지검장은 또 감찰조사에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과 함께 '면직' 징계가 청구됐다. 금품을 수수한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와 부장검사 5명에게는 '경고' 조치가 권고됐다.
하지만 안 전 국장에 대한 김영란법 위반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만찬 경위, 참석자, 금액 등을 종합해 봤을 때 대가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합동감찰반은 "원래 안 전 국장이 식사비용을 지불하려고 했는데 이 지검장 측이 먼저 계산해버렸고, 안 전 국장이 이러한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면서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주고받은 돈봉투에 대해서는 "검사들이 수사비로 알고 받았고 실제 수사비에 썼다. 일부 검사는 만찬 직후 돌려줬다"면서 "돌려주거나 신고하면 과태료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전 지검장이 왜 하필 안 전 국장에게 회식을 제안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특수본 출범이래 회식도 잘 못했고, 검찰국에서 인력을 파견해주고 예산도 지원해줘서 함께하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합동감찰반은 다만 "저녁 회식 술자리에서 국민들이 보기에 매우 개인적인 것처럼 보이는 방식으로 (돈봉투를) 준 것은 문제"라면서 "보다 더 나은 방법으로 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감찰조사 결과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이뤄졌고 결과보고도 대통령의 승인을 받았다고 합동감찰반 측은 밝혔다.
법무부 기조실 검찰국과 대검 기조국은 조만간 합동TF를 구성해 청탁금지법에 대한 엄격한 관리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이번 감찰은 지난 4월 21일 서울 서초동의 한 식당에서 이 전 지검장 등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 7명이 안 전 국장 등 법무부 검찰국 검사 3명과 저녁 식사를 하며 격려금 명목의 돈봉투를 주고받은 게 확인된 데 따른다.
안 전 국장은 특수본 검사들에게 70만∼100만원이 든 봉투를, 이 전 지검장은 법무부 과장 2명에게 100만원이 든 봉투를 각각 건넸다.
만찬 시점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일단락된 직후로, 만찬에 동석한 법무부 간부 3명은 검찰 인사·조직 관리의 실무 책임자다. 특히 안 전 국장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최측근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