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는 합리적 신앙 추구하는 열린 교회”

<파워인터뷰: 이경호 성공회 서울교구 신임 주교> 한국교회, 공동체성과 공공성 회복해야

[앵커] 성공회는 천주교 전통과 개신교 교리를 조화시키면서 포용성과 다양성,개방성을 추구하고 있는데요.

파워인터뷰 오늘은 이경호 대한성공회 6대 주교를 만나 성공회의 역사와 교리적 특징을 들어봤습니다. 권혁률 기잡니다.

[기자]


‘이혼문제 때문에 교황청과 결별’은 오해

◇ 권혁률> 주교님 축하드립니다.

◆ 이경호> 네.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 권혁률> 취임하신지 한 달 지나셨는데 그동안 많이 분주하셨죠?

◆ 이경호> 네. 한 달이 참 빨리 지나갔습니다. 교회도 방문하고 수도회, 학교, 사회선교기관 여러 군데 가서 인사도 하고 주교로서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할지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 권혁률> 성공회가 다른 개신교회랑 천주교회랑 어떻게 다른지 간단하게 설명 좀 해주시겠습니까.

◆ 이경호> 흔히 이제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는 전례적인 교회도 있고요. 비전례적인 교회도 있습니다. 전례적인 교회라고 치면, 로마가톨릭, 정교회, 그리고 성공회 아마 루터교회까지 들어갈 겁니다. 나머지 교회는 비전례적인 교회인데요. 그 중에서 성공회는 전례적인 교회 중에 하나이고요. 쉽게 설명한다고 하면, 성공회는 교황이 없는 가톨릭이다. 그리고 교리에 대해서는 너그러운 정교회라고 볼 수 있고요. 가톨릭 전통을 이어받지만 또 개신교의 신학과 영성, 정신을 이어가는 그런 교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권혁률> 흔히 학생시절 세계사 공부할 때 배운 지식이 있어서 성공회 그러면 영국 국왕 결혼 이혼 문제 때문에 생긴 교파 아닌가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는데요.

◆ 이경호> 아마 그렇게 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 아마 만화가 이원복 선생님의 ‘먼 나라 이웃나라’ 그림 안에서 헨리 8세의 결혼 문제라고 생각되는데요. 그것은 아주 어린이 수준의 역사적 지식이라고 생각하고요. 원래 성공회는 토착교회가 있었습니다.

그레고리 1세 교황 때 597년 쯤입니다. 그때 교황이 영국 교회에 선교사를 파송합니다. 그 전에도 이미 영국 토착교회가 있었지만 그때 이후로 약 1000년 동안 로마가톨릭의 영향을 받았고요. 1517년 그때쯤 돼서 헨리 8세가 이젠 로마 교회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과정 중에 하나가 결혼 문제였고 결혼 문제가 로마 가톨릭에 거부하는 그런 움직임이어서 이혼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 권혁률> 영국에서 가톨릭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시도의 일환이었다?

◆ 이경호> 그렇죠. 그 당시에 영국은 오랜 기간 동안 로마가톨릭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국가적으로 어려운 때였습니다. 헨리 8세는 국민적 지지를 통해서 이게 로마가톨릭에 있으면 나라가 상당히 약하니깐 뭔가 독립해야되겠다하는 것이었고요. 왕권을 위해서는 왕위 계승을 위해서는 자기 본 부인에게서는 자식이 없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어떻게 하면 왕권도 튼튼히 하고 왕위 계승도 할까하는 그런 일 중에 하나였죠.


"가톨릭 전통 개혁하며 성서적 문자주의도 극복 노력"

◇ 권혁률> 성공회 그러면 개신교와 가톨릭의 장점을 모은 교파다, 이렇게 말하기도 하는데 어떻습니까?

◆ 이경호> 네. 뭐. 많은 분들이 많은 분들은 성공회는 좋은 것들을 다 갔다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시는데 이젠 그 성공회 신앙의 정신 또 근거라고 하면 이성과 전통과 성서라고 할 겁니다. 특별히 전통은 가톨릭적인 전통인데요. 성공회는 가톨릭적 전통을 이어오지만 끊임없이 개혁하려는 교회입니다.

또 성서는 개신교가 종교개혁 이후에 성서적 권위를 통해서 로마교황에 대항했던 한 중요한 힘인데 물론 성공회는 성서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지만 성서에 대한 문자주의라고 할까, 성서의 주관적 해석이랄까, 그런 것들이 자유롭습니다.

그런 면에서 성서와 전통을 굉장히 중요하지만 가톨릭적인 요소도 뛰어넘고 또 개신교에서 가지고 있는 성서 문자주의도 극복하면서 그것을 조화하려는 거고요. 그 중에서 하나가 그런 것들을 위해서는 이성이라는 것들을 더 깊이 생각하면서 이 셋의 권위를 존중하면서 가장 합리적인 하나님의 뜻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그런 교회가 바로 성공회라고 말할 수 있을겁니다.

◇ 권혁률> 주교님께서 취임하시면서 '성공회 다움'을 강조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취지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까.

◆ 이경호> 한국의 종교 지형을 보면 불교도 있고 유교도 있고 기독교도 있습니다. 그 중 안에서 기독교의 큰 지형을 보면 로마가톨릭도 있고 또 대형교회를 갖고 있는 개신교도 있고 그 중에서 성공회는 교세로 보나 교회 규모로 보나 되게 작은 교회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보면 성공회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전통도 있고요. 신학도 있고요. 또 교리도 있고 전례도 있습니다.

저는 한국교회, 또 한국의 종교 지형에서 성공회가 '성공회 다움'을 잘 살리는 일이 다른 개신교, 다른 로마가톨릭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고 그것이 성공회의 어쨌든 뭐랄까 특징, '성공회 다움'이 오히려 다른 교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면서 함께 좋은 선교적 기행을 수행할 수 있겠다 그렇게 생각해서 저는 어쨌든 '성공회 다움'을 잘 살렸으면 좋겠다는 그런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포용성.다양성.개방성 추구하는 것이 성공회

◇ 권혁률> '성공회 다움'을 단어로 요약하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 이경호> 성공회는 합리적인 신앙을 추구하는 교회입니다. 그리고 어떤 물음에 대해서 질문을 하는 것을 굉장히 개방하고 열린 교회입니다. 그리고 극단주의를 거부하면서 다양하고 개방적이고 열린 교회가 바로 성공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권혁률> 앞으로 성공회 어떻게 이끌어 나갈 계획이십니까?

◆ 이경호> 주교라고 해서 주교가 내 생각, 내 주장,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요. 역사적 주교직이 가지고 있는 주교직의 고유한 직분이 있습니다. 성공회 주교는 한국 안에만 주교가 아니라 세계 성공회와 연관성 속에서 주교직을 수행합니다. 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 있는 성직자와 평신도 다양한 그룹들이 있고요. 그런 분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교회의 본질, 교회의 사명, 하나님의 뜻을 함께 찾고 공동의 노력을 통해서 상호 존중하고 신뢰하면서 이 교회의 교회다움을 회복하는데 노력하려고 합니다.


세상에 선한 영향력 미치는 좋은 신앙인 양육 노력

◇ 권혁률> 특별히 역점두시고 싶은 사역이 있으십니까.

◆ 이경호> 이미 아시는 것처럼 우리 성공회는 이젠 그동안 한국 땅에 들어온 지 127년된 역사적 시간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게 교회가 성장하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제가 성장을 추구하지는 않지만 우리 교회 안에서 신자들이 신앙생활하면서 삶의 문제, 아픔, 상처 그런 것들이 잘 치유되고 회복되는 교회, 또 신앙적으로 좋은 변화를 통해서 인격의 변화, 삶의 변화를 통해서 정말 좋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세상에 나가서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그런 신앙인들. 또 교회도 교회 안에 있는 것으로만 만족하지 않고 세상 속에 있는 교회로서 세상을 향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잘 감당하는 교회, 그런 교회를 만드는 것이 저의 사목적 관심이고요. 그렇게 해서 한국 안에 있는 다양한 교단들, 교파들과 서로 협력하면서 정말 이 땅에서 교회의 본질, 교회의 역할, 사명을 잘 회복하는데 성공회가 함께 기여하고 노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 권혁률> 성공회 주교는 한국교회 지도자이시기도 한데 평소 한국교회를 바라보시면서 권면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을 것 같습니다.


◆ 이경호> 뭐.. 성공회가 그렇게 한국교회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말 할 수 있는 교회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제 그동안 한국교회가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일으켜서 사람들에게 아픔을 주고 좌절하고 하고 실망하게 하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 많은 경우가 이제 물질의 문제이고요. 교회가 끊임없이 성공 신화를 부추기는 모습들, 또 교회 안에 정말 예수님의 정신, 삶 그런 가치가 실현되고 있는가를 볼 때는 우리 성공회도 마찬가지지만 한국교회 전체가 깊이 반성해야하고 또 복음의 정신에 맞게끔 새로운 변화와 갱신을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그런 교회를 만드는 것이 참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권혁률> 종교개혁 500주년인데 한국교회의 가장 시급한 개혁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이경호> 물론 종교개혁의 정신이 오직 성서, 오직 믿음, 오직 은혜라는 정신으로 출발했지만 지금 한국교회는 너무 주관적이고 이기적인 신앙이 교회면 교회, 모든 신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공동체를 생각하고 조금 더 공적인 선을 위해서 노력해야하고 그런 면에서 교회가 어떤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 한국교회가 지금 노력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모든 신자들, 모든 교회들, 또 성직자들도 교회의 공공성을 더 추구하고 노력하는 그런 교회가 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권혁률> 공동체성, 공공성 한국교회가 명심해야 할 화두 같습니다. 주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이경호>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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