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이 류현진에 대해 "선발 기회를 더 얻을 것"이라고 공언한 가운데 재점화된 선발 로테이션 경쟁 구도에 관심이 쏠린다.
류현진은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홈경기에서 7이닝 7피안타(1홈런) 4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2-4로 패하면서 패전투수가 됐지만 올시즌 최다 이닝(7이닝) 및 최다 투구수(102개)를 기록했고 또 최고 구속(약 151km)을 찍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선발투수의 임무는 팀 승리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류현진은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내셔널리그 최강의 타선을 자랑하는 워싱턴을 상대로 7회까지 버티면서 제 몫을 했다. 하지만 다저스 타선이 상대 좌완 선발 지오 곤잘레스 공략에 실패하면서 빛을 보지 못했다.
류현진은 최근 4경기에서 1승1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2, 피안타율 0.226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가벼운 엉덩이 통증으로 부상자명단에 올랐다가 돌아온 뒤 첫 등판이었던 지난 5월12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4이닝 10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이후 페이스를 되찾고 있다.
류현진은 변화구 위주의 볼배합에 제구력을 더해 마운드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다. 지난 4경기 22⅓이닝을 소화하면서 그가 허용한 볼넷은 3개에 불과하다. 슬라이더에 변형을 가해 커터(컷패스트볼)처럼 던지는 고속 슬라이더로 효과를 보고 있다. 부상 이후 자신의 몸 상태에 빠르게 적응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시즌 초반 우려를 샀던 직구 구속이 서서히 나아지고 있어 향후 전망을 밝게 했다. 로버츠 감독이 워싱턴전 이후 류현진의 다음 선발 등판을 보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류현진이 들어갈 자리가 있을까.
현재 다저스는 클레이튼 커쇼, 리치 힐, 마에다 겐타, 브랜든 매카시, 알렉스 우드 등 5명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리고 있다. 올시즌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는 우드가 어깨 부위 부상을 당하면서 류현진에게 두 차례 선발 기회가 돌아간 것이다. 우드는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오는 11일로 예정된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 3연전 둘째날 경기를 주목해야 한다.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가 선발 등판하는 날이다.
마에다 겐타는 올시즌 4승3패 평균자책점 5.16을 기록해 다저스 선발투수 가운데 가장 부진하다. 류현진이 2승6패에 머물러있지만 평균자책점은 4.08로 준수한 편이다.
마에다 겐타는 5월 중순 햄스트링 부상 때문에 잠시 쉬었다가 복귀한 이후 3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5.54로 부진했다. 복귀전에서 5이닝을 소화했고 이후 2경기 연속 4이닝만에 강판됐다.
만약 마에다 겐타의 부진이 계속된다면 선발로테이션 조정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만약 류현진이 계속 호투하고 마에다 겐타가 계속 부진할 경우 류현진이 그를 제치고 선발진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미국 현지 언론의 보도도 나왔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다저스는 워싱턴과의 3연전을 마치고 하루 휴식일을 보낸다. 신시내티와의 3연전이 끝난 이후에도 하루 휴식을 취한다.
휴식일이 몰려있을 때 과감하게 팀내 5번째 선발투수의 등판 일정을 미루고 가장 믿을만한 선발투수 4명으로 로테이션을 꾸리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일정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5인 로테이션을 유지할 것이 유력하다. 이 경우 투수들의 등판 간격이 늘어난다. 오는 8일 워싱턴전에 등판할 예정인 커쇼가 2일의 휴식일이 포함된 일정에서 정상 로테이션을 소화할 경우 일주일 뒤인 15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원정이 다음 등판 경기가 된다.
이같은 여유로운 일정에서 선발투수를 1명 늘려 다른 선수들의 등판 간격을 늘어지게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럼에도 로버츠 감독이 류현진을 로테이션에 포함시킨다면 그만큼 믿음이 확고하다고 볼 수 있다.
선발 등판 일정을 잡기가 여의치 않다면 마에다 겐타가 선발 등판할 것으로 보이는 11일 신시내티전에 어떻게든 류현진이 등판할 가능성도 있다. 류현진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류현진이 먼저, 마에다 겐타가 나중에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는 5이닝 3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에서 내려간 마에다 겐타에 이어 류현진이 등판, 4이닝 무실점 호투로 메이저리그 첫 세이브를 챙긴 바 있다.
선발 경쟁 모의고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류현진이 불펜 강등의 첫 고비를 실력으로 극복한 것만큼은 틀림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