벡스코, 대형 행사 가로채기…지역 업체 불만 폭발

벡스코 전경. (사진=자료사진)
지역 전시·컨벤션 업체와 동반 성장을 목적으로 신설된 '벡스코(BEXCO) 대외협력팀'이 우월적 지위로 사실상 지역 업체의 실적을 가로채는 등 갑질 행위로 본래 목적을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지역 업체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부산으로 유치된 대형 마이스(MICE : 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박람회와 이벤트 등 국제회의와 전시회) 행사라 해도 전국 공개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게 되면 지역 전시.컨벤션 업체들은 대부분 실적 부족 등 자격 미달로 인해 서울업체에 뒤져 수주에 실패하고 있다.


또 서울 업체가 수주한 마이스 행사에는 지역 업체들이 부분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이후 실적 부족으로 대형 행사를 맡지 못하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벡스코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지역 업체와 동반성장을 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지난해 7월 조직 개편을 통해 대외협력팀을 신설했다.

대외협력팀은 지역 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형 행사 입찰에 공동 참여하는 방법으로 지역 업체의 대형 행사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업체의 역량을 강화하도록 돕는 것이 신설 목적이었다.

벡스코는 "지난 11개월 간 대회협력팀과 2, 3개 지역 업체가 올 하반기에 열리는 '제4회 대한민국지방자치박람회'와 'ITU 텔레콤 월드 2017', '정부3.0 글로벌 포럼 2016' 등 3개 대형 행사를 서울 업체와 경쟁해 대행 용역을 공동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 전시·컨벤션 업계에서는 이들 대형 행사의 공동 수주가 애초 목적과 달리 지역 업체의 역량 강화와 육성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먼저 지역 업체가 대형 행사를 맡아도 지분율 만큼 일부 실적만 인정받게 돼 있어서 다음 행사 입찰 때 행사 실적으로 제시할 수 없어 여전히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되고 있다.

또 컨소시엄에 참여한 지역 업체는 입찰 제안서 작성 단계부터 행사 수행까지 도맡아 하는데도 우월적 지위의 벡스코에게 실적을 나눠줘야 하는 '불공정한 협력 구조', 즉 진정한 동업자의 동반성장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에 지역 업체들의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A 지역 업체는 충분히 단독으로 맡을 수 있는 B 국제 행사였지만 벡스코가 끼어드는 바람에 컨소시엄으로 수주하게 됐고 결국 절반의 실적만 올리는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신규 업체 등 경력이 없는 업체는 대형 행사 입찰에 벡스코와 동업자가 될 기회가 거의 없는 것은 물론, 벡스코가 주도한 컨소시엄 때문에 능력 있는 다른 업체가 아예 입찰을 포기하는 사례 등 입찰 참여 기회가 원천적으로 박탈 당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동서대 강해상 교수는 "벡스코가 부산에서 개최하기로 이미 확정돼 있고, 신규진입장벽이 높은 대형 행사 만을 수주하는데 골몰할게 아니라 새로운 대형 행사의 개발과 부산 유치에 주력할 때 지역 업체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강 교수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업체와 성장하는 업체, 스타트업 업체 등 각 개별 업체에 맞는 상생 방안이 나와야 한다"며 "외형적인 지원보다 실질적인 지원이 있을 때 벡스코와 지역 업체의 동반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벡스코 대외협력팀의 폐해가 드러난 만큼, 벡스코가 지역 마이스 센터로서 회의.전시장 임대, 마케팅과 지역 업체 행사 지원 역할에 집중할 것인지, 아니면 마이스 행사 유치와 수주에 계속 뛰어들 것인지 벡스코의 역할 재점검과 함께 문제의 대외협력팀 해체 등 개선 방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