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특히 공산진영 대 자유진영의 국제전(戰)적 성격을 내포해 참전용사들에게 '보수의 수호자'라는 상징이 덧씌워진 베트남 참전용사들에 대해 "대한민국의 부름에 주저 없이 응답했고, 폭염과 정글 속에서 역경을 딛고 묵묵히 임무를 수행했다. (이들의)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조국경제가 살아났다. 그것이 애국"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타칭' 보수세력, '자칭' 애국세력에게 '통합의 선봉장' 역할을 요청하며 자연스럽게 대국민 통합을 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통해 "애국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모든 것이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한 분 한 분은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도 없고 나누어지지도 않는 그 자체로 온전히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가와 한국전쟁 참전군인, 베트남 참전용사, 5‧18과 6월 항쟁 민주화열사, 서해 수호 전사자 등을 같은 '애국자'로 규정하고 "애국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그 모두가 애국자였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조국을 위한 헌신과 희생은 독립과 호국의 전장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며 파독광부와 파독간호사, 근대화 시절 공장에서 일했던 '여공'들 역시 애국자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노인이 되어 가난했던 조국을 온몸으로 감당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그 분들께 저는 오늘 정부를 대표해서 마음의 훈장을 달아드린다"고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제도상의 화해를 넘어서, 마음으로 화해해야 한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데 좌우가 없었고 국가를 수호하는데 노소가 없었듯이, 모든 애국의 역사 한복판에는 국민이 있었을 뿐"이라며 " 애국의 역사를 통치에 이용한 불행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다. 이념의 정치, 편 가르기 정치를 청산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국가유공자와 보훈대상자, 그 가족 등을 향해서도 "여러분들이 이 나라의 이념갈등을 끝내주실 분들"이라며 이 나라의 증오와 대립, 세대갈등을 끝내주실 분들도 애국으로 한평생 살아오신 바로 여러분들"이라고 이들이 통합에 앞장서 줄 것을 청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념사를 준비하면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음에도 이념의 잣대로만 평가받는 국가유공자와 보훈대상자 등에 대한 메시지에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국민 통합을 위한 메시지, 특히 보수 세력으로 규정되는 '우리의 아버지들'을 향한 메시지에 공을 들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