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5N8형에 취약한 '육계'.. 닭고기.치킨가격 ‘도미노 인상’

2014년에도 육계 살처분조치로 닭고기 값 급등

전북 군산 오골계 농장에서 시작돼 제주와 부산 등 7개 시.도 9개 농장으로 퍼진 이번 조류인플루엔자(AI)는 H5N8형 바이러스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16일 시작돼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혔던 H5N6형과는 다른 유형이다.

이들 AI 바이러스는 모든 닭과 오리에 전염될 수 있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피해 사례를 보면 전염 대상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지난 2014년 1월 발생해 이듬해 11월까지 이어졌던 H5N8형이 주로 오리와 일반 육계에 집중됐다면, H5N6형은 알을 낳는 산란계가 된서리를 맞았다.

따라서, 이번에 군산 오골계농장에서 시작된 H5N8형 바이러스가 또다시 일반 육계를 중심으로 피해가 확산된다면, 가뜩이나 여름 닭고기 성수기를 맞은 상황에서 닭고기 값 급등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그렇지 않아도 교촌과 BBQ 등 치킨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치킨 가격을 최대 10% 이상 기습 인상한 상황에서 치킨 값 추가 인상도 우려되고 있다.

◇ AI 재발생....7개 시.도 9개 농장으로 확대

농식품부는 역학조사 결과 전북 군산 오골계 농장에서 닭을 구입한 농장이 제주와 부산 기장, 경남 양산, 경기 파주 등 4개 농장 외에 경남 진주와 울산 울주, 충남 서천, 전북 군산, 전북 전주 등 5개 농장이 추가 확인됐다고 5일 밝혔다.

이 가운데 제주 농가는 고병원성 H5N8형으로 확정됐다. 나머지 농장에 대해서도 정밀조사가 진행중이며 고병원성 여부는 7일이나 8일쯤 나올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고병원성이 확인된 만큼 위기 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수위인 ‘심각’으로 상향 조정하고, 축산 관련 종사자와 차량에 대해선 7일 0시부터 24시간 동안 일시이동중지(스탠드스틸) 명령을 내렸다. 또한 방역대 확대 설정 등 강력한 후속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또, 6월 1일부터 특별방역대책기간이 해제됐으나 6월 한달 동안 AI 취약 농가에 대해선 점검을 강화하고, 7월부터 9월까지도 상시방역 체계를 구축해 운영할 방침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5일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자신이 직접) 컨트롤타워가 돼 AI가 완전 종식될 때까지 비상체제를 유지하면서 전국단위의 초동대응과 차단방역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H5N8형 2014년 육계 집중 공격, 닭고기 수급 차질

하지만 이번 H5N8형 바이러스는 잠복기가 최대 21일로 증상이 늦게 나타나기 때문에 초기 발견이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농장들이 AI에 감염된 사실을 알지 못했거나 처음부터 알고도 숨긴 채 닭과 오리를 시중에 유통시킬 위험성이 매우 큰 게 사실이다.

AI 재발의 진원지인 전북 군산 오골계 농장은 지난 4월 24일 병아리를 6900마리를 입식한 뒤 5월 10일을 전후해서 AI에 감염돼 일부 닭들이 폐사했지만 신고를 하지 않고 3600여 마리를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민연태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전북 군산농장에서 판매된 오골계가 여러 경로를 통해 판매돼 역학조사가 쉽지 않다"며 "관련된 모든 농장에 대해선 철저한 조사가 진행중이다"고 말했다.

게다가, H5N8형 바이러스는 지금까지 일반 육계와 오리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대규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1월 초에 발생한 고병원성 H5N8형 AI는 2015년 11월까지 3차례에 걸쳐 무려 669일간 이어졌다. 진정됐다 싶으면 재발하기를 반복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 당시 전국 19개 시.군에서 38건이 발생해 809개 농장의 오리와 육계 1937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결국 H5N8형 AI는 닭고기 수급에 차질을 주면서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은 유형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14년 1월초의 닭고기 소비자가격은 1kg에 5560원대로 평년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1월 16일 AI가 발생한 이후 육계가 대량 살처분되고, 병아리 입식도 통제되면서 5월말에는 6100원대로 평년 가격 보다 8.9%나 폭등했다.

◇ AI에 육계 사육 마릿수 감소 겹쳐.. 닭고기.치킨 가격 인상 우려

문제는 올해 국내 육계 사육마릿수가 감소해 닭고기 값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AI가 육계로 옮겨가면 닭고기 값이 더욱 폭등할 것이라는 점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AI 발생에도 불구하고 육계는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입식이 제한적으로 이뤄지면서 지난 1/4분기 육계 사육마릿수는 7933만 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654만 마리에 비해 8.3%나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닭고기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지난 5월말 기준 닭고기 소비자가격은 6000원대로 평년 가격인 5600원 보다 7.1%나 상승했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육계는 보통 30일 정도만 키워서 출하하기 때문에 산란계 보다 순환속도가 빨라서 회복이 금방 이뤄지지만 AI가 확산돼 방역대가 확대되면 병아리 입식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수급에 결정적인 차질이 빚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이번에 나타난 H5N8형 AI를 조기에 잡지 못하고 확산된다면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가뜩이나 올라있는 닭고기 값이 더욱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치킨 값 추가 인상도 우려된다. 교촌과 BBQ 등 치킨 프랜차이즈업체들은 최근 치킨 값을 6~11% 정도 올리면서 닭고기 값 상승 보다는 가맹점들의 임대료와 인건비 등 원가가 올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AI가 확산돼 닭고기 값이 오를 경우 추가 인상조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로썬 AI가 확산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만에 하나 확산되더라도 닭고기 비축물량을 방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급조절에 나설 방침”이라며 “가격 인상 요인이 없는데도 가격을 올리는 행위에 대해선 정부 합동 단속을 통해 엄격하게 관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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