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회장으로서는, 최순실 비리 연루 혐의로 자신을 사실상 기소한 특검팀 일원이, 자신에게 비수를 겨눈 친형을 돕는 '묘한' 상황을 두 눈 뜨고 지켜보는 처지가 됐다.
이규철 전 특검보는 5일 신 전 부회장의 공판에 참석해 공개적으로 법률지원에 나섰다. 이 전 특검보는 이로부터 사흘 전 선임계를 냈다. 특검팀의 대변인 역할을 맡았던 이 특검보 뿐 아니라 부대변인이던 홍정석 변호사도 신 전 부회장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공교로운 상황이 됐다. 최고 경영자인 신 회장이 앞서 특검팀 수사 끝에 형사피고인이 돼 있는 상태인데, 특검팀의 '입'이던 핵심인사가 다시 신 회장과 '경영권 갈등'을 벌인 사람을 법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이 전 특검보가 맡은 사건은 391억원의 부당급여 취득 혐의(횡령) 재판에 국한되지만, 경우에 따라 신 회장에 대한 공격이 이뤄질 소지가 있다. '최고경영진이 정한 대로 정당한 급여를 받았을 뿐'이라는 취지로 변론이 흐른다면 '경영진'이던 신 회장의 책임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이 전 특검보가 이 사건 외에 형제간 다른 법정싸움에서도 변론을 맡을 가능성도 거론한다. 이 경우 수사과정에서 그룹 전반을 훑어봤던 이 전 특검보의 존재가 신 전 부회장 측에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앞서 특검팀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롯데·SK·CJ 등 재벌을 수사한 뒤, 지난 3월 수사기한 종료에 따라 검찰에 인계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지난 4월 유일하게 롯데 신 회장만 재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