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먹고 갈래?"…'데이트 강간' 남 일 아니다

(사진=EBS 제공)
"라면 먹고 갈래?"


그녀의 이 짧은 물음에 남자는 갈팡질팡 고민에 빠졌다.

'정말 라면만 먹고 가라는 뜻일까?' '아니면 오늘 밤을 함께 보내고 싶다는 신호일까?' '이 상황에서 라면만 먹고 가면 호구되는 거 아냐?'

5일(월) 밤 11시 35분 방송되는 EBS 1TV 젠더 토크쇼 '까칠남녀'에서 이에 대해 속시원한 해법을 내놓는다. "상상력 발휘 그만하고, 그녀에게 직접 물어보라"는 것이다.

상대방 동의 없이 성관계를 가진 적이 있다면, "싫어"라는 상대의 뜻을 '튕기는 것'으로 해석하고 성관계를 강행한 적이 있다면 당신도 데이트 강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에는 '동의 없는 섹스=강간'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까닭이다.

데이트 강간은 데이트를 하는 사이에서 동의 없이 강제로 이루어진 성관계를 일컫는다. 결국 연인 또는 부부 사이에도 강간이 성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는 사람에 의한 강간' 비율이 약 78%라는 것도 그 증거 가운데 하나다.

그렇다면 무엇이 '동의'일까? 같이 술을 먹고 서로 입맞춤을 했다면 성관계에 동의한다는 뜻일까? '까칠남녀' 측은 "나의 신호와 너의 신호는 다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날 방송에서 영화감독 봉만대는 "'라면 먹고 갈래?'라는 말을 들으면 남자들은 일단 상상력이 저~ 끝까지 간다"고 지적한다. 성우 서유리는 "'남자라면 무조건 성관계를 해봐야 한다'는 말도 역차별"이라고 꼬집는다.

빅데이터 전문가 정영진은 "진짜 라면만 먹을 거면 집 앞에 있는 분식점에 가면 된다"며 '라면 먹고 갈래?'는 동의라고 주장한다. 반면 섹스 칼럼니스트 은하선은 "라면만 먹고 집에 가라고 하면 그냥 집에 가라"고 당부한다.

기생충 박사 서민은 "당장 오늘 못하면 나중에 1년 있다 해도 되고 2년 있다 해도 된다"고, 페미니스트 손희정은 "관계에 있어서 여성들이 적극적인 동의를 할 수 있는 문화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는 최근 논란이 됐던, 일명 '작업용'으로 판매되는 '데이트 강간 약물'을 직접 구매해 본다. 데이트 강간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들도 이어진다.

"우리 오늘 만난 지 100일인데 안해?" "모텔 왔는데 돈 아깝게 안해? 돈 아깝게" "같이 1박 2일 여행 왔는데 안해?"

상대방의 거절을 거절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자와 '노'(No)라고 단호하게 말하지 못하는 여자. "'노'라고 말하면 '노'로 받아들이라"는 전문가의 따끔한 일침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그러나 꼭 알아야 할 데이트 강간에 관한 발칙한 이야기가 이번 주 '까칠남녀'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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