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주진형 전 대표는 5일 CBS노컷뉴스에 "재벌 개혁과 불공정 거래 개선은 김상조 후보자 한 명에게만 맡길 일이 아니"라며 "결국 문재인 정부가 무엇을 얼마나 할 것인가라는 의지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주 전 대표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가 이날 미디어오늘에 기고한 '김상조를 위한 변명'이라는 제목의 글을 공유하면서 "홍익대 전성인 선생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의혹 검증 공세에 관해 글을 썼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가 쓰는 글은 논리정연하고 꼼꼼하기가 짝이 없다"고 운을 뗐다.
"사실 김상조를 변명하는 것은 좀 객쩍은 일이다. 워낙 깨끗이 살아온 사람이다. 자기 자신 성품 탓도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휘두르는 재벌을 상대로 전면에 나서서 싸우며 살아왔기 때문에 더욱 더 자기 몸가짐에 신경을 써왔다."
주 전 대표는 "재벌들은 일종의 냄새 안 나는 독가스와 같다"고 지적했다.
"(그 독가스는) 한국 사회 어디든지 스며들어가 있다. 조금이라도 흉을 볼 건덕지가 있으면 그것을 침소봉대해서 여기저기, 주로 언론을 통해서 수근거리게 한다. 김상조에게도 그런 짓을 해봤지만 하나도 안 통했다. 지금까지 꼬투리 하나 잡지 못했다. 그래서 그의 청문회가 드러낸 것은 그의 과오가 아니라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수준이었다."
그는 "나는 그(김 후보자)를 20년 간 봐왔다. 흠이 몇 개 있기는 하다"며 글을 이었다.
"첫째, 담배를 여전히 피워서 얼굴이 일찍 늙었다. 둘째, 옷을 못 입는다. 셋째, 상대방이 너무 허튼소리를 하면 참지 못하고 너무 티나게 픽 웃는다. 이 세 가지는 그가 방송에 나올 때마다 내가 지적질을 했지만 고쳐지지가 않았다. 그런데 이것 말고는 흠 잡을 데가 없는 사람이다. 아, 하나 더 있다. 나보다 머리숱이 많다."
◇ "김상조의 무기는 업무에 대한 열정과 전문성…이 둘 동시에 갖춘 사람 드물다"
"(의원들이 국민들 위에) 군림하려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마나 자기들끼리는 예의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듯한데, (상대방이) 국회 바깥으로 넘어가는 순간 장관이 됐든 참고인이 됐든 증인이 됐든 아무에게나 막말을 해도 상관 없다는 그 의식, 그것이 결국은 특권의식의 발로인 것이다. 가끔 그렇지 않은 의원들이 있으면 눈에 띄지만, 상당수 국회의원들이 그렇다. 이 점을 김상조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절감했다."
그는 "(의원들은 상대방에게) '이러이러한 의혹이 있는데 설명해 달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죄를) 뒤집어씌우는 식으로 말한다"며 "그 버릇이 왜 꼭 그대로 가는지, 그것은 여야 모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이다. 그런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상조 후보자의 가장 큰 무기는 무엇이라고 보나'라는 물음에는 "업무에 있어서의 열정과 전문성"이라고 답했다.
"이 둘을 동시에 갖춘 사람을 찾기는 굉장히 어렵다. 사람은 일을 하다 보면 누구나 지치기 마련인데, 재벌 개혁 운동을 위해 무려 20여 년을 꾸준히 매달리면서 지금까지 열심히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이 분(김 후보자)은 지치지도 않는다. 게다가 남이 하는 말 대강대강 주워 듣고는 자기 진영에서 좋아하는 소리나 하면서 먹고 사는 경제학자들도 많은데, 김상조 씨는 항상 본인이 직접 꼼꼼하게 챙기고 고민하고 그 안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뭔가를 생각하는 자세가 굉장히 훌륭하다."
주 전 대표는 "밖에서 개혁의 방향을 주창하는 것과 안에서 실제로 조직원을 동원해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정말 다른 일"이라며 김 후보자를 향한 조언을 이어갔다.
"지금까지 30년 넘게 굳어진 문화를 갖고 있고, 자기 나름의 안위와 커리어를 생각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직의 장으로서 그 사람들에게 새로운 비전과 열정을 갖고 자기들이 하던 업무의 수준을 업그레이드 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굉장히 다른 일이다. 물론 (김상조 후보자가) '그것을 잘해 줄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있지만, 해봐야 아는 것이다."
그는 특히 "사실 지금까지 개혁성 인사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가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막상 실제적인 변화는 별로 없었다"고 강조했다.
"결국 정권을 쥔 사람이 공정거래, 그러니까 크게 보면 재벌 개혁과 불공정 거래 개선이라는 두 과제를 해소하기 위해 얼마나 꾸준히 노력하느냐에 달렸다.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의 변화가 별로 없었던 것은) 정권 차원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애매했기 때문이다. 위원장 한 명이야 2, 3년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도 이것을 뻔히 보고 있다. 결국 그 조직의 이해관계를 타파하기 위해 문재인 정권이 무엇을 얼마나 할 것인가라는 의지에 달렸다. 김상조 후보자 한 명에게만 맡길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