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사드 보고누락 질문에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반입 보고누락 사건에 대해 애매모호한 화법으로 방어막을 쳤다.

한 장관은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에서 국내 취재진과 간담회에서 사드 보고누락 사건에 관해 거듭된 질문이 나오자 "한국말에 이런 게 있지 않은가,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라며 운을 뗐다.

이어 "조사가 되고 나름 정리되고 하는데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게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며 즉답을 피했다.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는 옛말은 어떤 사안에 관해 말을 덧붙일수록 여러 해석을 낳아 사태를 키울 수 있으니 아예 말하지 않는 게 낫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논란에 휩싸인 유명 인사들이 복잡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표현할 때 종종 인용하는 구절이기도 하다.

한민구 장관은 최근 사드 보고누락 사건이 불거진 이후 언론의 질문 공세를 받았지만, 거의 일관적으로 발언을 피했다.

이번 아시아안보회의 행사장인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 도착했을 때도 어김없이 관련 질문이 나오자 "제가 특별히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삼갔다.

싱가포르 방문을 앞두고 국방부 청사에 출근할 때도 취재진이 쏟아내는 질문에 같은 방식으로 대응했다.

한 장관은 군인 출신이지만, 언론의 생리를 비교적 잘 아는 인물로 평가된다. 언론의 질문 공세를 피하는 것도 불필요한 발언으로 '설화'를 일으켜 좋을 게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지난달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와 다음날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대한 보고에서 사드 발사대 4기의 국내 반입 사실을 빠뜨렸다. 한 장관은 정의용 안보실장과의 오찬에서 정 실장이 발사대가 추가로 들어왔느냐고 묻자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반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보고누락을 지시한 적이 없고 정 실장과의 오찬에서 나온 발언은 '뉘앙스의 차이' 때문일 수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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