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 ‘펜 드로잉’으로 다시 만난 세상, 모든 게 새로웠다
② 온몸이 부들부들…발레, 우아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계속)
“발레 한번 체험해 보실래요?” 지난달 24일 서울 소공동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진행된 ‘제7회 대한민국발레축제’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관계자가 기자에게 물었다.
“고민해 보겠습니다”라고 답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에이, 무슨 발레를…’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관계자로부터 또 연락이 오지 않았다면, 그 요청은 기억도 못한 채 흘려 넘겼을 것이다.
그날 저녁 축제 관계자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사모님도 발레를 배우셨다 하셨으니, 두 분이 같이 와서 체험해보세요.”
거절하려던 차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 하루 발레 체험 클래스를 수강한 후 기사로 쓰되, [구박받기 싫어 데이트] 기획에 넣으면 ‘일석 이조’겠구나. 아이템이 없어 고민하던 차에 잘됐다고 생각했다. 기분이 ‘니나니뇨~’ 좋아졌다.
하지만 그때 깨달았어야 했다. 그들은 내게 미끼를 던진 것이고, 나는 그것을 확 물었다는 것을.
나 외에는 초심자도 없어 보였다. 절반 이상이 늘씬하고 키가 큰 게 무용을 하는 사람들 같았다. 다리를 쭉쭉 찢어가며 몸을 푸는 모습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게다가 발레복까지 입은 것을 보니, 최소한 어디서든 발레를 배워본 사람들이라는 건 확실했다.
순간 나는 태도를 바꿨다. 체험하러 온 수강생이 아니라, 이 클래스를 취재하러 온 기자로 재빨리 변신했다. 함께 간 아내만 수업을 듣게 하고, 나는 뒤에 앉아 기사로 쓸 내용을 정리하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내가 수업을 들었어도, 아무도 날 주목하거나 신경 쓰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발레 자체가 그리 여유로운 무용이 아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취미든 전공이든 발레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이 클래스를 신청했을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스타 발레리나 김지영이 직접 수업을 한다니, 이건 동네 축구교실에 박지성이 온 것이나 다름없지 않는가.
‘플리에, 바트망 탕뒤, 퐁듀, 에파세, 크로와제’ 등 평소에 듣지 못하는 발레 용어가 나왔지만, 발레를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들이 대부분었기 때문인지 용어 설명은 따로 하지 않았다. 이론보다는 체험 위주의 수업이었다.
발레를 공연으로 볼 때는 분명히 우아했는데, 이날 수업에서는 우아함과는 거리가 먼 거친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연습 동작이 끝날 때마다 “후우~ 후우~” 소리가 들렸다. 마치 100미터를 전력으로 달린 뒤 나오는 거친 숨소리였다.
동작은 멀리서 보면 여유로웠지만, 가까이서 보면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긴장돼 있었다. 김지영은 수시로 “엉덩이 조이세요, 무릎 붙이세요. 어깨는 내리고, 배에 힘 꽉 주세요. 턱은 살짝 들고요”를 외치며, “항상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영은 “내 몸에서 긴장이 안 되는 곳은 팔목과 목뿐이에요. 나머지는 다 긴장하세요. 그러면서 목은 긴장 안 한 것처럼”이라며, 힘들더라도 여유와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짓도록 주문했다.
1시간 30여 분의 수업을 지켜보면서 처음 알게 된 점은 발레 동작은 꼭 좌우를 번갈아가며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오른쪽으로 연습 동작을 하면 바로 왼쪽으로 바로 연습했다. 몸이 균형 있게 발전하기에 좋아 보였다. 대부분 동작이 허리와 목을 곧게 유지하도록 해 몸이 바르고 선이 예뻐지게 하는 데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날 진행된 발레 체험 클래스는 오는 8일부터 25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되는 ‘제7회 대한민국 발레축제’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스페셜 클래스이다. 일반인들의 흥미를 끌어올려 참여를 확대하고자 기획됐다.
10일에는 남성 무용수인 발레리노 엄재용(유니버설발레단 객원 수석 무용수)이 강의한다. 발레축제에서 남성 무용수가 진행하는 체험 클래스는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