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1%대 인데 가계소득은 뒷걸음…왜?

(사진=스마트이미지)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1.1%를 기록하며 6분기만에 1%대를 회복했다. 지난해 3,4분기 성장률이 각각 0.4%였던 것과 비교하면 경기회복세가 뚜렷하다. 이런 성장세가 이어지 올해는 3%대 성장률도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1%대 성장률에다 반도체 가격 상승 등으로 교역조건도 개선되면서 1분기 실질국민총소득(GNI)도 전분기보다 2.7% 증가했다. 성장률을 훨씬 웃도는 증가율이다.

문제는 성장의 내용이다.

1분기 선방한 성장률에다 이를 초과하는 국민소득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가계소득은 오히려 줄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소득동향'에 따르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은 447만4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 감소했다. 실질소득은 명목소득에서 물가 상승분을 뺀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3분기 연속 감소했다.

성장률과 가계의 실질 소득 간에 괴리가 발생하는 것이다. 경제의 이중구조와 이로 인한 소득의 양극화가 주된 원인이다.


1분기 성장은 수출과 건설이 주도했다. 전 분기 마이너스였던 수출은 큰 폭(2.1%)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수출 증가에 힘입어 제조업은 6년여 만에 최대인 2.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건설투자는 부동산경기 활황세 등으로 6.8%나 늘었다.

문제는 경기 회복이 수출과 건설 분야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고, 특히 수출의 경우 몇몇 대기업이 과점하고 있는 반도체와 기계.장비 등 극히 일부 업종에 국한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성장의 과실이 일부 대기업과 특정 업종에 집중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양극화가 그만큼 심화된다는 것이고, 이는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와 지표 간의 괴리로 이어진다.

결국 경기지표는 좋게 나왔지만 그 과실은 소수에 의해 과점되면서 가계의 소비여력은 비례해 늘어나지 않는다. 실제 1분기 민간소비는 1%대 성장률과 이를 초과하는 국민총소득 증가율에도 불구하고 0.4% 증가에 그치며 내수부진으로 이어졌다. 자영업자의 경기인식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내수와 밀접한 서비스업도 1분기 0.2% 증가에 그쳤다.

물론 소비 증가를 제약하는 데는 1천360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와 고령화의 영향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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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와 체감경기 간의 괴리에는 고용 없는 성장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1분기 고용비중이 낮은 제조업은 2.1% 성장한 반면 고용비중이 높은 서비스업은 0.2%에 그쳤다. 우리나라

몇몇 대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이들 기업의 실적에 의해 경제지표들이 좌우되고 있다. 최근 초호황을 누리는 반도체의 경우도 매출은 큰 폭으로 증가하지만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대부분 자동화에 의존하는 장치산업이기 때문이다. 매출과 순익은 큰 폭으로 증가하지만 그 과실은 소수의 주주와 직원에게 더 큰 몫으로 돌아갈 뿐이다.

1분기 고용비중이 낮은 제조업은 6년여만의 최대치인 2.1% 성장했지만 고용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서비스업은 0.2% 성장에 그쳤다.

1분기 성장세를 이끈 건설업의 경우도 일자리 창출 효과는 커지만 대부분 일용직 등의 열악한 조건의 고용이다. 최근 취업률은 높아지고 있지만 양질의 일자리가 별로 늘어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우리 경제의 이중구조와 양극화는 외환위기 이후 세계화와 맞물려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다. 특히 글로벌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양극화가 세계적인 추세로 확산되면서 우리나라도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홍민기 박사가 국세통계를 이용한 분석에 의하면 2015년 현재 우리나라 전체 소득에서 최상위 1%가 차지하는 비중이 14.2%이고, 최상위 10%의 비중은 48.5%로 절반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같은 극단적인 양극화에다 자동화로 인한 고용없는 성장 구조가 결합하면서 고소득층의 소득 증대가 소비와 투자를 늘려서 저소득층으로 확산되는 이른바 ‘낙수효과’도 더 이상 작동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는 국민경제의 현실을 파악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기본 지표로서 경제 성장률이 과거와 같은 대표성과 유용성을 갖는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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