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대선 공약이기도 한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 외에 종합부동산세와 부가가치세를 현실화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문 대통령의 '업무지시 1호'로 출범한 일자리위원회는 8월 17일까지 추진할 '일자리 100일 계획'을 내놓으면서, 세제 개편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하반기 채용 등 당장 급한 불은 '일자리 추경'으로 해결하되, 임기내 일자리 창출과 각종 공약 이행 재원은 증세를 통해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용섭 부위원장은 "향후 5년간 일자리를 많이 늘리려면 인프라와 제도 개선이 중요하다"며 "능력있는 사람들이 더 부담하도록 세금 제도를 공평하게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액 재산가와 고소득자, 대기업을 중심으로 비과세 감면을 줄이고 조세부담률을 올려야 한다"며 "중산층과 서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정부는 대신 고소득자와 대기업 중심의 증세, 또 125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지하경제 양성화 작업을 통해 중산층과 서민이 체감하는 조세 부담을 줄인다는 입장이다.
일단 대기업 감세 혜택을 줄여 법인세 실효세율을 20%대로 끌어올린 뒤, 최후의 카드로 명목세율까지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실효세율은 명목세율에서 '대기업 연구개발 공제'와 '외국세액납부공제' 등 비과세 감면을 제외하고 기업이 실제 부담하는 세액의 비율이다.
고소득자의 비과세 감면 혜택도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상속·증여세에 대한 신고세액공제를 줄어거나 폐지하고, 분리과세가 적용되는 금융소득의 한도를 현행 2천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낮추는 방안이 추진된다.
소득과 상관없이 같은 세율을 적용받는 분리과세 대신, 소득이 많을수록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종합과세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 대상도 소액주주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코스피 기준 지분율 1% 이상, 보유액이 25억원 넘는 사람에게만 20%의 세율이 적용된다.
연간 2천만원 이하 주택 임대소득자도 지금은 세금을 내지 않지만, 이르면 내년부터는 소유한 집이 두 채 이상인 경우 연 14%의 세금을 물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7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이미 "조세 감면 혜택을 줄이거나 분리과세를 종합과세로 하는 실효세율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 아닌지 싶다"며 이같은 기조에 힘을 보탰다.
정부는 소득세와 법인세 외에도 부가가치세 역시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공약 이행을 위해선 추가적인 세수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구체적으로는 부가가치세 면세 적용 업종을 줄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종부세를 통한 세수는 참여정부 말기만 해도 연간 2조 5천억원 수준이었지만, 이명박정부가 세율을 절반으로 줄이고 과세표준은 두 배로 늘리면서 2009년 이후로는 1조원 안팎에 그치고 있다. 10억원짜리 주택 보유자가 내던 종부세는 기존 80만원에서 현재는 40만원에 불과하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상위 1%의 과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종부세 과표기준과 세율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고소득층에 부과하는 세금이어서 조세저항도 적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체 주택 소유자 가운데 종부세 대상은 불과 1.5%로, 1주택자 가운데는 0.4%뿐이다. 또 과세 대상인 10억원 이상 주택 매매의 45.3%는 '강남 3구'에 집중돼있다.
따라서 중산층과 서민에 미치는 부담이 사실상 전무한 데다, 부동산 투기 방지와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 차원에서 현실화 필요성이 높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얘기다.
문재인정부가 이처럼 다양한 '부자증세' 방안 가운데 어떤 카드를 어느 범위까지 뽑아들지는 현재로선 분명치 않다. 다만 이르면 7월말 나올 세법개정안에 소득세·법인세 확대 방안은 곧바로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각종 공약을 이행하는 데는 5년간 170조 5천억원 가량이 소요되며, 세출 구조조정 같은 재정 개혁으로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은 105조원 수준이다. 따라서 임기 5년간 매년 20조원 안팎의 증세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세법 개정을 위해선 야당의 동의가 필수적이지만, 자유한국당은 소득세·법인세율 인상조차 반대하고 있어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진통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