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민정 씨(40)는 둘째와 셋째 아이를 임신했을 당시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 권씨는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31주가 됐을 무렵 배 속에 있는 아기의 신장에 이상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정확한 병명 조차도 알지 못한 채 아이는 2005년 세상을 떠났다.
이듬해 태어난 셋째 아이에게도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 수많은 검사와 약을 복용했지만 아이는 태어난지 120여일 만에 호흡곤란으로 숨을 거뒀다. 이같은 피해에도 권씨는 피해자가 아니라는(4등급) 판정을 받았다.
그는 "국내에서는 본 적이 없는 질환이라는 의사선생님들의 표정, 서서히 엄마을 떠나가려고 내딛는 아이의 생의 끝자락.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 TV를 틀면 어김없이 쏟아지는 가해기업의 광고. 사건이 이슈화되면서 충격적인 진실과 만나게 되었습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전 세계 유일무이한, 인간이 만들어낸 환경재앙 사건이지만 피해등급 판정을 확정하기 전 '보류'하는 배려, 대한민국 국민의 아픔에 동참하고 진상을 밝혀내기 위해 연구를 하고,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는 정부의 모습은 이제까지 없었습니다"고 지적했다.
권씨는 "가해기업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그들 편에서 유리한 실험조건으로 진실을 외면했던 지식인들도 있었지만 은폐한 실험 결과 보고서가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우리 아기의 억울한 죽음을 엄마가 포기하지 않고 싸워 끝내 진실을 만났다고 목놓아 울면서 안도했지만 거기까지 였습니다. 제 몸이, 제 삶이, 제 운명이 죄스럽기만 합니다"라고 말했다.
권씨는 정부로부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피해 등급은 깨지지 않는 벽이었습니다"라며 "진실을 만나리라 다짐하고 행동에 나선 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저는 제 아이 이름옆에 붙은 4등급이라는게 뭔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아이에게 이상한 낙인이 찍혀 있습니다. 저는 '죄인'인 엄마입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약해진 몸을 다잡으려고, 습도 조절을 위해 가습기 살균제에 손을 내밀었던 엄마와 어린아이에게 나타난 피부질환, 심장이상, 면역체이상…. 그 피해자들이 눈물로 호소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이같은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화학물질에 대한 엄격한 규제 시스템을 촉구했다.
권씨는 "피해자 편에서 이론을 제시하고 연구하는 몇몇 전문가들의 용기있는 주장이 있지만 세상은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라며 "서로 책임소재를 미루는 이들로 인해 피해자들이 눈물짓는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명확한 화학물질 규제 기준과 체제가 갖추어지길 바랍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죗값을 다 치른 줄 알고 또다시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물건을 ‘꿈틀꿈틀’ 내다 팔 궁리를 하는 가해기업에 죽어간 아이들의 가빴던 호흡과 고통, 살고자 했던 애절함, 살리고자 했던 애절함을 그들이 느낄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각인시켜 주세요"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