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제로 '문제는 민간'.. 사용사유제한제 입법 필수

文일자리 100일 계획.. 부담금만으로는 역부족 '장애인고용부담금 재판 우려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일자리 100일 계획'을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본격적인 채비를 시작하면서 민간 부문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이용섭 부위원장은 오는 8월 17일까지 100일 동안 우선 추진할 일자리 정책들을 정리한 '일자리 100일 계획'을 지난 1일 발표했다.

특히 정부는 상시·지속업무, 생명·안전 분야를 중심으로 비정규직을 대거 감축하기로 하고, 오는 8월까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오는 8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일단 정부는 공공부문부터 메스를 들이댈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고용노동부가 총괄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TF'를 가동해 현장 실태를 조사할 계획이다.

일자리위는 기관별 업무 특성을 반영해 각 공공기관이 노사 협의를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공공부문의 특성상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민간부문이다. 지난해 기준 약 645만에 달하는 비정규직 가운데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겨우 31만명에 그쳐서 민간부문의 변화가 절실하지만, 정부가 이를 이끌어낼 뾰족한 묘수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일단 정부는 이번 '100일 계획'에서 민간부문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그동안 구호로만 그쳐있던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에 맞춰 비정규직 차별 관련 제도를 개편한다.

좀 더 강력한 방안으로는 비정규직을 과다하게 고용하는 대기업에 대한 고용부담금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또 비정규직이 남용되지 않도록 생명·안전 관련 업무와 상시·지속 업무는 비정규직을 못 쓰게 하는 '사용사유 제한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다만 '사용사유 제한제도' 입법화는 보수 야당의 반발을 뚫고 국회에서 통과시키기에는 난관이 예상된다. 따라서 고용부담금 도입에 눈길이 쏠리지만, 이 역시 경영계의 거센 반발이 기다리고 있다.


이미 경영계는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에 대한 불만이 고조된 상태다. 앞서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비정규직 논란의 본질은 정규직·비정규직 문제가 아니라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라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당시 김 부회장의 발언 바로 다음날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경총도 양극화를 만든 주요 당사자 중의 한 축으로서 반성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사태가 일단락됐다. 또 박근혜 정권 시절 청와대 비선 국정농단 사태에 재벌 대기업들이 깊숙이 연루된 만큼 경영계가 새 정부의 방침에 대해 드러내놓고 반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경영계의 반발을 그대로 둔 채 정규직 전환 대책을 강행하기에는 기업의 고유 권한인 인사와 고용문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부위원장이 "민간의 비정규직에 대해 강제하지 않겠다"며 "기업들이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고 다독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대로 정작 고용부담금 등 정부의 '채찍'이 민간 부문에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선 비정규직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에 고용되고, 하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 비정규직에 대해 원청 대기업이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 대기업에만 고용부담금을 물어봤자 실효를 거두기 어려워 보인다.

또 비슷한 제도인 장애인고용의무제도의 경우 장애인 노동자를 고용하기보다 부담금을 내는 기업들이 더 많다. 기업 입장에서 인건비는 물론 정규직 전환에 소요될 비용까지 고려하면 부담금을 내는 편이 더 낫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민주노총 남정수 대변인은 "고용부담금 부과는 부가적 수준의 조치"라고 평가절하하며 "특히 대기업에는 별다른 부담이 되지 않아 그것만으로는 정규직 전환을 견인하기는 부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재정적 여유가 있는 대기업조차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이유는 비단 인건비 부담 때문이 아니라 '메탄올 실명 사태'에서 드러나듯 노무 관리 책임을 하청업체에 전가하고, 노조 가입 등을 손쉽게 막아 노사관계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남 대변인은 "원칙과 입장을 정했지만 현장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앞문을 잠갔는데 뒷문이 열린 '용두사미' 대책이 될 수 있다"며 "산별교섭을 법제화해 비정규직 등 노동계와 충분한 협의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이남신 소장은 "고용부담금 제도를 강력히 실시하고, 고용공시제와 함께 진행해야만 의미 있는 비정규직 양산 제어 제도가 될 것"이라면서 "크게 봐서는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제도가 반드시 입법화되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과도기 과정에서, 혹은 업무 특성 때문에 정규직으로 미처 전환되지 못하는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 조치도 함께 다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소장은 "비정규직을 곧바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어렵다면, 원청사용자와의 직접교섭권을 부여한다면 극단적인 노사대결을 피할 수 있다"며 "또 하청업체가 바뀌더라도 원청이 같다면 임금, 근로조건, 단협사항을 승계해 고용안정성을 유지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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