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간 유설옥으로 살았던 최강희 "진짜 행복했다"

[노컷 인터뷰] '추리의 여왕' 유설옥 역 배우 최강희 ①

지난달 25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에서 유설옥 역을 맡은 배우 최강희 (사진=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제공)
"저는 추리물을 별로 안 좋아해요."

뜻밖의 대답이었다. 제목부터 '추리의 여왕'인 드라마에서, 셜록 홈즈도 울고 갈 만한 뛰어난 추리력을 가진 프로파일러 유설옥 역을 맡은 최강희는 제작발표회 때부터 엉뚱한 답으로 시선을 모았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었다. 추리물인 드라마에 들어가게 된 이유는 본인의 취향과는 무관했다. 추리물을 아주 열심히 보는 절친한 친구가 대본을 보고 '재미있다'고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우리는 유설옥을 연기하는 최강희를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시작은 미약했을지 모르나, 끝은 그렇지 않았다. 드라마 후반부부터 팬들은 '시즌2'를 염원했다. 현실감 있는 대사,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연출, 무엇보다 최강희와 권상우의 착 맞는 궁합으로 호평 속에 종영했다.

잘 만들어진 드라마는, 드라마 밖 '행복한' 환경을 바탕으로 탄생하기 마련.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최강희는 "진짜 행복하다"는 말로 '추리의 여왕'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애정이 가득했던, '못 보던 얼굴'을 많이 봐서 더 좋았던 현장


그는 여기서의 '행복'이 드라마가 끝났기 때문에 뒤따르는 행복이 아니라고 부연했다. 고되고 힘든 일정이 끝난 시원함이 아니라, '이렇게 좋은 촬영이 끝난다니' 하는 아쉬움에 가까웠다.

최강희는 "촬영 끝나고 다음날 정도는 되게 공허했다. 저만 그런 건 아니었다. 감독님들도 그렇고. 두 분 다 (드라마에) 애정이 되게 많으셨다. 그 애정을 듬뿍 받아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뭐가 얼마나 좋았기에 '행복'했다고까지 표현하는 걸까. '추리의 여왕'이 몹시 '특별한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나쁜' 사람 한 명 없었다. 투정하거나 원망하는 소리 하나 나오지 않았다. 올해 초 '역도요정 김복주' 종영 인터뷰에서 배우 이성경이 촬영현장이 너무 좋았다고 한 것을 보고 '저럴 수가 있나?'라고 의아해했던 최강희는, 불과 몇 달 만에 자신이 그런 드라마를 만난 당사자가 됐다.

현장이 좋았던 이유는 또 있다. 새로운 얼굴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최강희는 "요즘은 주인공 경쟁만 되게 치열한 것 같다. 신인 배우들이나 지망생들은 그렇게 많다는데 잘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여기선 단역들도 연기 잘하는 신인들이 많아서 좋더라"고 말했다.

◇ 쉽지 않은 '유설옥 되기', 최강희가 찾은 돌파구

유설옥이 사건 현장에 가 증거물을 만져보며 추리하는 모습 (사진='추리의 여왕' 캡처)
사실 최강희의 '유설옥 되기'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대본 리딩할 때만 해도 감이 확 오지 않았다. 반면 권상우는 추리물은 좋아하지 않아도 '추리의 여왕' 속 캐릭터가 잘 살아있어 작품을 하게 되었다고 한 바 있다.

그 이야기를 전하자 최강희는 "상우 씨가 그걸 본 게 신기하다. 사실 대본에는 억양이나 이런 디테일한 부분도 안 써 있지 않나. 그런데도 대본 리딩 때부터 날아다녔다. 저는 대본 리딩 때 되게 헤맸는데… 정보가 주인 대사를 어떻게 쳐야 할지 모르겠더라. 저는 1, 2회 방송 보고 나서야 캐릭터를 좀 잡았다"고 고백했다.

'추리의 여왕'을 선택할 때 결정적 역할을 한 친구는 연기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줬다. 그 친구는 신기하게도 유설옥 캐릭터와 비슷한 점이 너무 많았다. 말투부터 신날 때 하는 몸짓까지. 시어머니와 촬영하는 씬에서 특히 참고를 많이 했다. 처음에는 친구를 모사하는 식이었다면 촬영이 진행되면서부터는 자신의 방식으로 중간점을 잡아 연기해 나갔다.

그럼에도 어려움은 있었다. 프로파일러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잘 쓰지 않는 낯선 용어를 능숙하게 구사해야 했다. 처음에는 너무 긴장돼서 힘들었단다. "길던 혀도 마비될 수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어마어마한 대사량도 그가 풀어야 할 숙제였다.

최강희는 무엇보다 미궁에 빠진 사건을 가장 빨리 '이해'하고 '파악'해야 했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아직 대본이 나오지 않아 뒷일을 모르는 것은 시청자나 본인이나 마찬가지인데도, '다 알고 있는 듯' 했어야 하니까.

"초반에는 대본 읽고 나서도 공부할 시간이 있었는데 나중에는 그렇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사건 이해가 안 되는 거다. 엔딩에서 설옥이는 '틀림없어, 범인은!' 이런다. 근데 저는 제가 설옥인데도 모르겠는 거다. 모르는 상황에서 하려니 힘들었다. 그래서 공부하듯이 사건을 따라가며 다시 한 번 되새겼다. 그렇게 하고 안 하고의 차이가 컸다, 연기할 때."

◇ "하면 좋죠!"… '추리의 여왕' 시즌2에 켜진 청신호

'추리의 여왕'에서 톰과 제리 같이 티격태격하는 케미를 선보였던 최강희(유설옥 역)와 권상우(하완승 역) (사진='추리의 여왕' 캡처)
'추리의 여왕'은 편안해서 더 반가운 현장이었다. "연기할 때 너무너무 편했다"며 "제가 예전에 청소년드라마를 많이 찍었는데 그때처럼 서로 눈치보는 것이 없어서 좋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직 긴장을 다 풀지 못했던 그와 달리 권상우는 즉석에서 재미있는 설정을 만들어 내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그걸 보고 최강희는 '아, 그냥 재밌게만 하면 되는구나' 하고 깨달았다. 재미있게 연기해준 권상우 덕에 무척 편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극중 유설옥을 호프로 모시는 홍소장 역의 이원근은 비슷한 성향 때문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 최강희는 "처음에 대본리딩할 때 원근이를 봤는데 아이돌인 줄 알았다. 설마 저 친구가 날 좋아하는 역할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도 음악과 영화 얘기를 하며 금세 친해졌다고 밝혔다. 제작발표회 때는 유 선생님(극중에서 홍소장이 유설옥을 부르는 표현) 드시라고 과일청 두 통을 담가왔다고.

설옥과 둘도 없는 친구로 나오는 김경미 역의 김현숙을 보고는 뛰어난 연기실력 때문에 놀랐다. 최강희는 "현숙 씨는 처음에 개그우먼인 줄 알았는데 원래 연기자였다고 하더라. '막돼먹은 영애씨'도 정통 드라마처럼 보진 못했는데, 막상 같이 해보니 연기를 진짜 잘하시더라. 그렇게 잘하시는지 몰랐다"고 감탄했다.

'추리의 여왕'은 경쟁작보다 압도적으로 시청률이 높지는 않았지만 알음알음 그 진가를 알아보는 팬들이 늘어난 작품이었다. 최강희는 "대박나거나 아예 안 될 줄 알았는데 적당한 온도로, 화제성 있게 끝났다. 누군가는 진짜 애정을 가지고 봐 주기도 했고"라며 "드라마 안에 추리도 있지만 따뜻함이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시즌2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저는 시즌2 있으면 좋죠!"라는 답이 곧장 돌아왔다.

"저는 그냥 당연히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상우 씨는 제가 하면 (시즌2) 하는 거라고 하시지 않나. (웃음) 시즌2 얘기가 나오는 건 진짜 좋은 것 같다. 그만큼 캐릭터에 애정이 생겼고 정이 들었다는 거니까."

(노컷 인터뷰 ② 최강희 "시켜줄지는 모르지만, 악역 잘할 자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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