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과 복숭아 주산지인 전남 순천시 월등면. 지난달 31일 오후 7시를 전후해 20여분 간 내린 우박은 이 지역 과수농가들에게 전시 폭격과도 같았다.
1일 오후 기자가 찾은 김창종 씨의 매실밭에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번 주말 수확을 코앞에 가지마다 달려 있던 매실은 모두 바닥에 떨어져 있고, 나무는 곳곳이 찍히고 부러져 참혹했다.
더 큰 문제는 피해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5백원 크기의 돌맹이 같은 우박들이 융단폭격하면서 찍히고 벗겨진 나무 표면은 곧 세균이 침투해 썩게 되고 결국 나무를 모두 베어내야 한다.
해마다 월등면은 가을이면 복숭아 축제를 열지만 올 가을에는 힘들겠다. 엄지만한 새끼 복숭아는 이를 감싼 노랑색, 흰색 봉투와 함께 우수수 떨어졌다.
20년 넘게 공들인 과수원을 쑥대밭으로 만드는데 20분이면 충분했다.
기자가 찾은 1일 오후 2시쯤 김 씨의 과수원 기온은 28도에 달했다. 하지만 19시간 전에 내린 우박은 여전히 녹지 않은 채 과수원 한 귀퉁이에 수북히 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