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층, 투표는 진보후보에게 했어도 구체적인 문제에 대한 시각은 보수적 성향 보이기도
- 나는 진보다라고 하면서 사실은 굉장히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기도
- 청년층은 세대전체가 피해자이고 약자라는 인식, 기성세대는 기득권층이라는 비토의식 강해
- 투표행위 혹은 보수정당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는 진보다!” 라고 규정
- 그러나 인간은 누구에게 반대하는 것만으로 규정되지 않아
- 보수 정당에게 투표하지 않았다고 곧 진보는 아닌,
- 투표행위가 정치적 행위아닌 문화적 행위로 이동하는 움직임 보여
- 신좌파, 구좌파 논쟁보다 변화를 원한다면 무엇을 바꿀 것인가 논의하는 것이 더 생산적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7년 5월 31일 (수) 오후 19:05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손아람 작가
◇ 정관용> 진실이 말소된 페이지라는 이름의 힙합그룹 래퍼 출신이고요. 영화화 되기도 했었죠, 소설 소수의견 또 디 마이너스 이런 사회성 짙은 소설 작가입니다. 손아람 작가를 오늘 스튜디오에 초대했는데요. 지난 대선 젊은층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해서 정권 교체, 진보적 정권이 탄생했다, 다들 그렇게 알고 있는데 손아람 작가는 요즘의 젊은세대들은 진보적이면서 동시에 보수적이다. 이런 다소 도발적인 주장을 하고 계시네요. 그래서 초대해 봤습니다. 손아람 작가 어서 오십시오.
◆ 손아람> 안녕하세요.
◇ 정관용> 손아람 작가는 지금 30대예요?
◆ 손아람> 네, 30대입니다.
◇ 정관용> 30대 후반?
◆ 손아람> 후반에 이제 진입했죠.
◇ 정관용> 그러면 청년 세대의 일원이라고 하기는 조금 그렇네요.
◆ 손아람> 글쎄요, 분류에 따라 다른데 보통 30대 후반까지를 청년으로 요즘에는 또 분류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아직은 제가 거기에 걸쳐 있죠.
◇ 정관용> 제가 방금 소개한 우리 젊은 세대,청년 세대들은 진보적이면서 동시에 보수적이다. 그런 또 현상을 포착해내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손아람> 그렇죠.
◇ 정관용> 거기서 말하는 주로 20대예요, 아니면 30대예요? 거기도 차이가 크잖아요.
◆ 손아람> 30대에서 사실 30대~40대까지도 저는 굉장히 많이 느끼는 겁니다. 그걸 또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투표 같은 행위를 통해서 자기의 정치성향이 진보적이라고 믿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사고방식, 행동, 구체적인 의제에 대한 반응들은 굉장히 보수적으로 보이는 그런 경향들을 저는 많이 느끼거든요.
◇ 정관용> 50대 이상, 이런 세대들은 요즘 젊은 학생들은 우선 학생회도 잘 작동이 안 되고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 학생회는 더 더욱이 말할 것도 없이 학내 문제 관심 갖는 학생회도 제대로 작동이 안 된다더라 이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그런 점은 어떻게 봐야 합니까?
◆ 손아람> 저는 그건 사실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을 안 합니다. 그러니까 대학을 중심으로 청년정치가 이렇게 중심으로 규합되지 않는 게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고 오히려 청년 세대가 정치적인 문제를 인식하는 방식이 과거에는 노동, 이념 분명한 쟁점을 두고 기성세대랑 관점을 좀 달리했다면 요즘 같은 경우는 세대 그 자체가 어떤 전선이 되어버리는.
◇ 정관용> 세대 그 자체가 전선이다?
◆ 손아람> 우리 세대 전체가 이제 피해자이고 약자라는 것을 굉장히 강하게 인식을 해서 그래서 기성세대를 좀 비토하는 방식의.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쟁점에 대한 반응을 보이기보다 기성세대를 비토하려는 방식. 그런 방식의 사고방식이 굉장히 강하고 우리 세대의 문제라고 생각되는 것들, 공통. 예를 들어 채용, 주거비용, 임금, 등록금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되게 진보적인 해법을 바라면서 우리 문제가 아니라는, 내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되는 사안에는 굉장히 보수적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영세상인문제, 예술 노동에 대한 부분, 나랑은 상관없는 문제라고 생각되면.
◇ 정관용> 영세상인은 나랑 상관없다고 볼 수 있지만 예술노동은 다 젊은 세대가 하지 않나요?
◆ 손아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예술을 하지 않으면. 제가 경험한 것은 대선 직후에 한 대학에 강연을 갔었어요. 그런데 이제 그 강연에서 학생들 전체가 굉장히 축제분위기로 드디어 진보정권이 돌아왔다, 우리 대통령 이런 표현이 나올 정도였는데 제가 거기서 예술노동 착취를 막기 위해서 이런 이런 입법 과제가 이번 정권 동안 있다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온 게 예술가들은 착취당할 거 뻔히 알면서 예술가가 되는데 그걸 왜 법을 만들어서 보호해 줘야 하느냐, 자기가 선택한 길 아니냐. 이런 질문이 들어옵니다.
◇ 정관용> 그런 질문이 왔어요?
◆ 손아람> 그래서 저는 굉장히 사실 놀라기도 하면서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익숙한 반응이기도 해요. 나는 진보다라고 이야기하면서 굉장히 보수적인 생각을 하는 것.
◇ 정관용> 나는 진보다의 그 진보는 그럼 뭐고.
◆ 손아람> 주로는 투표행위 혹은 보수정당에 반대하는 행위, 보수정당 혹은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거부하고 비토하는 행위로써 자기를 규정을 하는 거죠. 나는 진보다.
◇ 정관용> 보수정당은 조금 아까 세대 그 자체가 전선이 됐다는 표현에 나오는 것처럼 젊은 세대는 피해자다. 기성세대들이 사회를 잘못 만들어서 우리가 피해를 보고 있다. 그런데 그 기성세대들이 주로 지지하는 정당이니까 저 정당, 보수정당은 지지할 수 없다. 그런 거예요?
◆ 손아람> 그렇죠. 기성세대와 기득권을 일치시켜서 반대, 거부, 적대하는 방식의 그것이 이제 사실 투표에서는 특정한 정당에 대한 굉장히 강한 적대감으로 나타나는데 사실 인간은 누구에게 반대하는 것만으로 규정이 되지 않거든요, 정치성이라는 게.
◇ 정관용> 그러니까 그 보수 정당이 노동문제에 있어서, 혹은 이념적으로 남북한 문제에 있어서 이러이러한 정치를 펴기 때문에 이건 반대한다가 아니라는 거예요?
◆ 손아람> 그런 구체적인 부분에서 반대하는 부분도 있지만 일단 통으로 반대를 하는데 아주 디테일로 들어가 보면 사실은 저건 보수정당이 할 주장을 이야기하는 경우들. 특히 제가 아주 두드러지게 많이 본 것은 요즘 영세상인들이 임대할 때 상가임대차 문제가 굉장히 많은데 사실 상가임대차 문제에서 건물주의 시각을 가진 문제가 굉장히 많아요. 자본주의사회에서 건물주가 자기네 상권을 관리하는데 왜 난리냐, 뭐가 문제냐, 이런 반응. 그런데 그 문제를 살짝 뒤집어서 임금이 적다거나 아니면 갑질 이런 문제. 감정이입이 쉬운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또 진보적인 반응을 하거든요. 의제에 따라서 의제가 피부에 얼마나 가까우냐에 따라서 그 반응들이 굉장히 달라지는 경향들을 굉장히 많이 느끼고요.
◇ 정관용> 젊은층들이 건물주인과 같은 의식을 갖는다고요?
◆ 손아람> 사실 뉴스 같은 것을 봐도 그런 상가임대차 관련해서 권리금이라든가 이런 문제가 터지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청년세대가 많이 사용하는 커뮤니티 같은 데서도 법적으로 아무 하자 없다. 건물주가 건물주의 권리를 행사하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뭐가 문제냐는 반응을 굉장히 많이 보게 봅니다.
◇ 정관용> 예를 들자면 리쌍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에 곱창집. 처음에 논란이 됐던 사안이잖아요. 그 뉴스를 접한 젊은 세대들의 반응이 건물주 편이에요?
◆ 손아람> 일치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하나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놀라울 만큼 상당히 갈립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그냥 잘 모르고 생각했을 때처럼 청년 세대는 건물이 없으니까 당연히 젊은 상인의 편일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일방적이지 않아요. 절반 정도는 건물주. 이건 건물주 편을 든다기보다는 어떤 체제의 질서라는 것을 인정하는 방식의 반응을 보인다는 거죠.
◇ 정관용> 자본주의사회에서 자기 돈으로 건물 사갖고 있는 사람이 자기 재산권 행사하는 데 뭐가 문제냐,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 유럽에 있는 많은 국가들은 건물주가 자기 마음대로 못하게 하는 각종 장치를 가지고 있잖아요.
◆ 손아람> 그렇죠.
◇ 정관용> 그런 건 몰라요?
◆ 손아람> 그런 방식의 입법의 필요성과 어떤 법개정이라든가 그리고 현재의 법이 어쨌든 이것은 굉장히 폭력적인 방식이다라는 논의가 충분히 이뤄질 수도 없는 분위기인 거죠. 일단은 사실은 감정이입을 못하면 이게 내 문제가 아니라는 벽을 치면 제대로 된 대화가 오고가기가 힘들거든요. 저는 그런 것들을 많이 느꼈고. 최근에는 사실 그것 관련해서 물론 젊은 세대는 아니지만 페이스북에서 음식 평론가인 황교익 씨가 굉장히 놀라운 표현을 썼어요.
◇ 정관용> 황교익 씨가요? 어떤 표현이요?
◆ 손아람> 그 문제를 다루면서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주의 윤리가 있다. 임대업자들이 비상식적인 일을 벌이더라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게 윤리적이다. 이런 표현까지 썼는데 황교익 씨는 이번 대선에서 공식적으로 공개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지지를 했는데도 이런 주장은 사실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자유한국당에서도 이렇게 아주 대놓고는 못할 만한 수위의 자유주의적인...
◇ 정관용>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은 임대차보호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고 있는데.
◆ 손아람> 이런 것들이 물론 황교익 씨는 젊은 세대라고 볼 수 없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공감을 얻기도 하고 이런 모습들이 저는 정치가 문화적으로 결정되는. 그러니까 문화적인 분위기 안에서 나는 진보라고 말하고 보수정당에는 도저히 표 못 주겠다 하는 순간 자기의 정체성이 진보로 결정됐다고 믿는 그런 분위기들이 굉장히 많이 느껴지거든요.
◇ 정관용> 조금 더 세밀하게 들어가 보면 예를 들면 비정규직의 문제라든지 그리고 조금 아까 표현한 상사의 갑질 그리고 또 예를 들면 가맹점과 가맹점주 사이의 어떤 갑질. 남양유업 사태, 이런 예를 들어서. 그런 박근혜 부분에 대해서는 젊은층이 다 공분을 해요?
◆ 손아람> 구체적인 사실 사안마다 조금 들어가 봐야 되는데 대개 아주 보편적으로 한 세대가 거칠 수 밖에 없는 문제들은 어느 정도 일치된 것을 보여요. 고용이라든지 누군가 사실 청년세대가 20대 때 그 부분을 걱정하잖아요, 어떻게 채용돼야 하는지 혹은 그런 문제. 혹은 주거 비용 특히 주거 비용 너무 비싸다. 월세로 다들 살잖아요. 집 가진 청년들이 거의 없잖아요. 그 부분 혹은 등록금.
◇ 정관용> 알바문제 이런 거.
◆ 손아람> 그렇죠. 알바문제에서도 갑질이라든지. 오히려 정서적인 문제 이런 것들이 보이는데. 사실 최저임금만 해도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는 이야기가 지난 대선 때 모든 후보들이 한 얘기인데 그 부분도 그렇게까지 합의된 반응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 정관용> 젊은층에서?
◆ 손아람> 왜냐하면 사실 자기 스스로도 아르바이트를 해도 거쳐가는 문제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 정관용> 나는 잠깐 아르바이트하고 말 것이다?
◆ 손아람> 나도 언젠가 영세상인이 될 수가 있고 나도 내가 언젠가 사업을 할 수도 있고 이런 시야를 가진 거죠. 그랬을 때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면 이 체제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의 범위가 줄어든다는 이런 방식의 흐름이 있는 것 같아요.
◇ 정관용> 내가 바로 사장님 되면 내가 힘들어질 텐데, 그런 거예요?
◆ 손아람> 나도 사업을 할 수 있고. 아마 이것은 제가 추측하는 것일 뿐이기는 하지만 당장 아르바이트를 해야 되는 입장에 있는 그런 나이대에 있는 청년들조차 뭐랄까요. 손익이 갈리는 문제에서 뚜렷하게.
◇ 정관용> 알겠습니다. 제 식으로 손아람 작가의 주장을 쭉 받아들여보니까 사회과학적인 의미의 계급의식 그래서 사회를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어떤 정치경제적 문제의 구조적 배경을 따져서 이건 이쪽 편이 맞지, 이건 이쪽 편을 들어야 진보지. 이런 체계화된 인식이 없다 이런 거죠?
◆ 손아람> 그렇죠. 일관된 어떤 정치관 혹은 이념을 통해서 형성되는 게 아니라 저는 굉장히 문화적인.
◇ 정관용> 문화적인.
◆ 손아람> 사회의 분위기 혹은 특정 정당을 특정 인물들의 군집으로서 파악하지 어떤 정책적인 입장으로서 파악하지 않는 경향들. 세대로 차이를 나눈다거나 그런 방식의 어떤 기류들이 굉장히 많이 느껴져요.
◇ 정관용> 사회과학적이기보다는 문화적인, 문화적 진보.
◆ 손아람> 그렇죠. 재미있는 걸 본 게 선거할 때마다 청소년 모의투표라는 걸 YMCA에서 하고 있어요.
◇ 정관용> 지난 대선 때도 했잖아요. 저희 방송에서도 소개했습니다.
◆ 손아람> 지방선거에서도 했고 그런데 이번 대선 때 보면 압도적으로 문재인, 심상정 후보가 양강으로 40% 가까이를 득표를 했고요. 그리고 홍준표 후보는 2%대 이 정도면 군소정당 후보로 몰락한 거잖아요.
◇ 정관용> 맞습니다. 거기는 청소년들이죠, 투표권이 없는. 초등학생까지도 참여했다고 하더라고요. 좋아요, 그런데요?
◆ 손아람> 그럼 지금 청소년 세대가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세대인가를 두고 생각을 해 보면 2014년에 지방선거 청소년 모의투표 결과가 재미있어요.
◇ 정관용> 2014년도에도 그런 걸 했군요.
◆ 손아람> 했습니다. YMCA에서 똑같이 했는데 지자체장 같은 경우에는 진보후보가 압도적으로 득표를 했어요, 청소년들한테. 그런데 교육감 모의선거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냐면 경기도에서는 진보후보였던 이재정 교육감이 낙선했고요.
◇ 정관용> 낙선?
◆ 손아람> 청소년들에게 모의투표에서. 그리고.
◇ 정관용> 반대로 보수후보가 당선됐다?
◆ 손아람> 더 상대적으로 보수인 후보가 당선됐고 서울에서는 고승덕 후보가 실제 선거보다 청소년들에게 훨씬 더 많은 표를 얻었어요. 그러니까 이런 것들이.
◇ 정관용> 조희연 후보가 당선은 됐지만 득표차이가 얼마 안 나더라?
◆ 손아람> 이런 것들이 청소년들이 역시 제 느낌에는 추상적인 수준에서 지지자들을 결정할 때랑 내 피부 가까운 곳에서 정책권자를 결정할 때 어떤 다른 사고방식을 다른 잣대의 어떤 결정을 내린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거든요.
◇ 정관용> 자기들 문제인 교육문제에서는 진보적 성향의 교육감들이 내는 정책이 마음에 안 드나 보죠?
◆ 손아람> 사실 아무리 사회가 바뀌었어도 청소년들 입장에서 학생들 입장에서 자기 능력대로 경쟁해서 어떤 학업성취를 이루고 좋은 대학을 간다거나 이런 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보수적인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거든요, 학생 분위기 자체가.
◇ 정관용> 진보적 성향의 교육감들은 그러한 과도한 경쟁을 없애자 주로 그런 정책을 펴는데 그게 싫다는 거예요?
◆ 손아람> 그렇죠. 제 느낌에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것보다는 내가 열심히 하고 내가 가진 지성만큼의 성취를 얻고 인정을 받고 싶다 이런 생각이 있기 때문에 아마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닌가 싶어요. 보수, 우파의 어떤 정치적인 행동들이 문제가 있다, 혹은 그들을 지지하는 태극기집회를 나가는 어른들은 이상하다, 너무 완고하다, 그들이 우리 사회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이런 종류의. 그건 저는 문화적으로 인식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건 정치적인 인식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구체적으로 정책이라든가 그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렇게 얘기할 때는.
◇ 정관용> 특히나 지난 가을 이후에는 최순실이 등장하면서 사회적 공적이 됐으니까 더 강해졌겠네요. 그게.
◆ 손아람> 그렇죠. 그게 사실은 이번 보수정권 최순실이 등장하고 박근혜 정권의 충격적인 치부들이 드러나면서 도저히 저 세대, 그리고 저 보수와는 못 어울린다. 그 인식이 진보, 개혁, 좌파, 이런 단어에 역으로 힘을 실리는 형태로 나타냈는데 저는 그게 과연 정치적으로 정말 진보 개혁 좌파의 시대가 왔냐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 정관용> 그런 사회적 분위기의 결과로 이제는 보수나 우파라는 말은 입에 올리지도 않고 나는 싫어라고 하지만 실제 그 사람들의 정치의식을 생활상 문제로 끌어들여서 하나하나 따져보면 놀랍게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는 대목이 나타나더라?
◆ 손아람> 그렇죠. 보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젊은 세대가 나는 더 이상 보수는 못하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진보정당의 지지층으로 유입이 됐을 때, 저는 어떤 정당의 정체성 좌표 장체를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투표 같은 것을 거칠 때. 더불어민주당에서 2012년 때보다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 훨씬 더 사실은 후퇴했어요, 저번 대선 때. 과거보다 후퇴하는 게 사실은 많이 유입된 지지자들이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 여전히 보수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고 사실 유권자를 보면서 정책의 수위라든가 좌표가 결정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 것들이 정당 자체를 조금 몸을 사리게 만들고 보수화시키는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느낌을 저는 받고 있어요. 그리고 노동 의제 바깥으로 외연을 확대해서 특히 유럽이나 미국에서 나타난 문화라든가 환경, 여성, 사회 모든 부분을 커버해서 진보적으로 인식하려는 흐름을 신좌파라고 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특히 조기숙 씨 같은 경우 신좌파라는 용어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쓰면서 지금 여당 지지자들은 신좌파, 그리고 나머지는 구좌파, 이런 식으로 분류를 하는데 역사적인 맥락을 완전히 제거한 명명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그것에 공감하고 설득력이 있다고 느끼는 것 자체가 저는 좌파라는 단어가 지금 급격하게 어떤 정치적으로가 아니라 문화적으로 이제 보수는 싫은데 그 반대에 있는 게 좌파이고 좌파보다는 신좌파가 좀 더 새 것 같고. 이런 흐름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문화적인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정관용> 조 교수께서 스스로도 인정을 하죠. 계급성에 기초한 걸 구좌파, 문화에 기초한 걸 신좌파. 그렇게 보통 분류하지 않나요?
◆ 손아람> 그렇지만 그 문화 안에서 구체적인 입장들을 봐야 되는데 구체적인 문화 안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를 보지를 않고 이제 노동 문제는 한물 갔고 우리는 이제 문화라는 뭉퉁거려서 한마디로 문화에 관심 있는 세대 그것은 신좌파 이런 방식은 사실 역사적으로 맥락이 아예 없는 거죠, 사실은. 나는 진보라고 말하고 믿는 보수주의자들이 많아지면 사실 진짜 진보적인 행동과 진짜 진보적인 정치적인 행동에 굉장히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그들에게 반대하면서 우리가 진보인데 우리가 진짜 좌파인데 우리가 진짜 신좌파인데 저 낡은 좌파들이 문제 있는 행동을 했다라는 공격이 끊임없이 오고 그런 충돌은 사실 진짜 보수보다도 훨씬 더 어떻게 보면 강력하고 위협적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사실 진보, 좌파 이런 네이밍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구체적인 특정한 의제가 생겼을 때 내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될 것이고 변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바꿀 것인가에 대한 방식의 논쟁이 훨씬 생산적이고 바람직한 것 같아요.
◇ 정관용> 우리 사회의 좌우파 내지 보수, 진보 논란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또 하나의 문제제기. 오늘 일단 여기까지 말씀 듣죠.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손아람> 감사합니다.
◇ 정관용> 손아람 작가 함께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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