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찾사'가 막내린 이유? 코미디 프로의 '종말론'

(사진=SBS 홈페이지 캡처)
SBS가 코미디프로그램 포맷을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시즌제로 변화를 모색했던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이 생각만큼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해 결국 새로운 포맷을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SBS의 '웃찾사'는 14년 동안 방송된 국내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31일 '레전드 매치' 방송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SBS 관계자는 "코미디 프로그램에 대한 폐지가 아니라 종영이다. 현재 제작진들이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고 있다. 최근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많이 어렵다. 아무래도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포맷이 너무 정체돼 있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건강한 웃음과 함께 변화를 모색하려 한다"고 밝혔다.

'웃찾사'의 빈 자리는 당분간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채운다.

코미디 프로그램에 대한 '위기론'은 그리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명맥을 이어 온 '웃찾사'의 종영은 코미디 프로그램의 미래를 한층 더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SBS 측이 직시한 것처럼 코미디 프로그램은 빠르게 변화하는 방송 환경 속에서 '고인 물'처럼 남아 있었다. 심화되는 '위기론'에도 대다수 프로그램들은 내용물만 조금씩 변경했을 뿐, 큰 틀에 있어서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해왔다.

코미디나 예능프로그램은 트렌드에 민감한 방송 영역 중 하나다. 그러나 코미디 프로그램의 경우, 이명박·박근혜 정권 들어 사회 풍자 기능마저 감소했고, 트렌드 또한 크게 반영되지 못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제 국민들을 웃기는 방송 장르가 예능프로그램이 돼버린지 오래다. 코미디 프로그램은 설 자리가 없어졌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청자와 공감할 수 있는 웃음 코드를 찾아야 하는데 정형화된 코미디에 안주한 측면도 있다. 그러다 보니 점차 경쟁력이 약화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흑인 분장을 한 개그맨 홍현희. (사진=방송 캡처)
최근 들어 시청자들의 인권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위기가 등장했다.

'웃찾사'의 경우, 지난 4월 '블랙페이스' 분장으로 흑인 비하 논란이 불거졌다. SNS를 통해 빠르게 비판 여론이 확산됐고, 분장을 한 개그맨과 '웃찾사' 측은 시청자들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인종뿐만 아니라 뚱뚱한 몸매나 성소수자, 장애인 그리고 부정적으로 타자화된 여성 캐릭터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다. 코미디 프로그램은 예능 프로그램들과 함께 이런 소재들을 별다른 문제 의식 없이 사용해왔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점점 약자를 비하하는 개그에 불편함을 느끼며 웃음을 잃어가고 있다.

개그콘서트, 코미디빅리그 등 남은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자기 반성 없이 '건강한' 웃음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하재근 평론가는 "사회 의식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이제 인터넷을 통해 사회적인 담론이 확장되는 세상이 됐다. 표현을 할 때도 시민 사회 수준에 발맞춰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비하 표현에 불편함을 느끼게 되면 젊은 시청자들부터 이탈하기 시작한다. 이제 코미디 프로그램은 시청자들과의 공감대 형성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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