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금융민주화 공약과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카드, NH농협카드, 씨티카드는 고객들 사이에 '알짜카드'라 불린 카드 상품 발급을 중단했다.
'NH올원 시럽카드'는 서비스 제공을 하다 6개월 만에 단종된 카드로, 전월 결제 금액에 따라 최대 10만원 한도 내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모바일 쿠폰을 시럽액으로 제공하는 혜택이 있었다.
씨티은행은 점심식사 비용을 할인해줘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를 끈 '씨티클리어 카드' 발급을 중단했고, 롯데카드도 결제액이 클수록 포인트 적립률이 올라가는 '벡스카드'를 단종시켰다.
결국 푸짐한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카드사 말만 믿고 가입한 소비자들은 사용하는 카드가 단종돼 버리는 황당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금융당국은 카드사들이 신규발급을 중단하더라도 관련 부가서비스를 3년까지 유지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입는 직접적 피해는 없다는 입장이다.
카드사들이 서비스를 제대로 유지하지 않을 경우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직접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할 수 있고, 이때 금감원이 나서 조사 후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어 큰 문제가 아니란 것이다.
하지만 개별소비자들이 일일이 민원을 제기할 수도 없는 노릇일 뿐 아니라, 당장 현실에서 문제는 제휴사와의 분쟁으로 이어져 서비스 공급의 안정성은 저해되는 모습이다.
일례로 지난해 말 NH농협카드 제휴사였던 SK플래닛은 단종된 시럽카드를 쓸수록 손실이 커진다는 이유로 제휴계약 해지와 쿠폰서비스 제공 중단을 통지했다.
농협카드는 SK플래닛을 상대로 지난 1일 가처분신청을 냈고, 법원은 농협카드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은 SK플래닛의 제휴 서비스 해지 통보가 부적법하다고 30일 판단했다.
다행히 시럽카드 고객들은 쿠폰을 발급받을 수 있게 됐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금융민주화 공약과도 어긋나는 일"이라며 "지금까지 정치민주화는 많이 돼 왔지만 금융은 옛날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 스스로 행동하는 것 뿐 아니라 권익 강화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카드사들이 신규 카드를 발급하는 의무 기간을 3년 혹인 5년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발급도 3년~5년으로 의무화 하고 그 시점에서 중단(단종)하더라도 3년간 서비스를 유지하게 한다면, 지금처럼 카드사들이 단기간 회원을 모집하기 위해 부가 서비스 중심의 후진적 마케팅을 하고 슬그머니 단종시키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바른 시장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카드 하나가 오래 지속되도록 하는 게 금융당국의 정책방향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