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은 당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역사 교육을 통해 올바른 국가관과 균형 잡힌 역사의식을 길러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것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고는 사회적 통합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많은 사실오류와 이념적 편향성 논란이 있는 내용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당정청이 일체가 돼 당시 검정 역사 교과서들이 '좌편향'돼 있으며 그나마 '올바른 교과서'였던 교학사 교과서가 좌편향된 역사학계에 의해 배척을 받았다는 주장을 확대재생산해냈다.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역사 전쟁에서 우파가 좌파에게 철저하게 패배했다. 역사교사의 90%는 좌파"라며 근거없는 위기감 조성을 통해 보수진영의 결집을 꾀했다.
대표적 친박 의원인 이정현 새누리당 원내대표 역시 "적화통일에 대비해 (검정 교과서들이) 미리 우리 학생들을 가르치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전국 곳곳에 검정 교과서가 "김일성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다"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대통령과 총리, 여당 수뇌부의 이같은 발언에 교육부도 국정교과서를 적극 추진했다. 국정교과서 이름을 아예 '올바른 역사 교과서'로 명명한 뒤 국정화를 밀어부쳤다.
그러나 이듬해 국정농단 사태가 드러나면서 정부여당의 국정화 동력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2016년 12월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 내용을 첫 공개한 뒤 한달만에 '국정교과서 단일체제'에서 '국정+검정 혼용체제'로 변경하기로 했다.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의 구속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통과가 결정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올들어 국정 역사 교과서를 사용할 연구학교를 모집하는 등 국정화의 미련을 거두지 못했다. 연구학교를 신청한 곳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군데에 그치자 교육부는 '원하는 모든 학교에서 국정 교과서를 보조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무상보급하겠다'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수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국정 역사 교과서 폐기 절차는 의외로 간단했다. 국정과 검정 교과서를 구분해놓은 교육부 고시만 수정하면 되는 작업이었다.
복원의 과정은 이처럼 간단하지만 여기에 이르기까지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이 전(前) 정부여당에 의해 확대 재생산됐고, 이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구속상태인 박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황교안 전 총리, 황우여 전 교육부장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이정현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또 여전히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이준식 교육부장관도 국정화와 국정화 폐기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책임있는 발언조차 하지 않고 있다.
수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44억 원이라는 예산을 낭비했던 국정화 사태와 관련해 지금까지 인사조치된 사람은 교육부 내 국정화 작업을 실무적으로 이끌었던 박성민 국장(학술원 사무국장 발령)과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자진사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