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현재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순위표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질 만하다. 공동 4위가 4개 팀이다. LG, 롯데(이상 25승24패), 넥센, SK(이상 25승24패1무)이 승률 5할1푼으로 늘어서 있다. 이들과 3위 두산(26승21패1무)과 승차는 2경기, 8위 kt(22승29패)와는 4경기다.
리그 전체에서 승률 5할 이상 팀이 7개나 되는 경우는 지극히 이례적이다. 역대 순위표를 보면 전체 팀들 중 절반 정도만 승률 5할 이상이었던 까닭이다.
단일 리그가 채택된 1989년 이후 28번 시즌에서 승률 5할팀이 전체 구단 중 절반을 넘었던 적은 7번. 적지는 않았지만 올해처럼 70% 가까운 팀이 승률 5할을 넘긴 경우는 없었다. 물론 전체 시즌을 치르면 자연스럽게 승률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상위권 팀들과 최하위권을 뺀 나머지 중간층의 전력이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12일 이후 1위를 놓지 않고 있는 KIA와 2위 NC, 최근 3위로 치고 올라온 디펜딩 챔피언 두산은 안정된 공수 전력으로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승률 3할이 채 되지 않는 삼성은 기적적인 변화가 없는 한 현실적으로 가을야구가 힘들어 보인다.
이런 역대급 중위권 전쟁은 LG가 연패를 거듭하면서 강제 참전하면서 더 열기가 뜨거워졌다. LG는 최근 6연패 수렁에 빠지는 등 최근 2승8패 부진으로 상위권 경쟁을 하다 중위권 난전으로 끌려왔다. 최근 17경기 5승12패에 머문 LG는 평균 3.3점에 그친 타선 침체가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에 김성근 감독이 사퇴한 한화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한화는 김성근 감독 사퇴 전후로 8연패를 당했지만 최근 3연승으로 반등 기미를 보였다. 특히 지난 주말 2위 NC를 상대로 1패 뒤 2연승을 거두면서 분위기를 추슬렀다. 28일에는 NC 에이스 에릭 해커를 무너뜨리며 기세를 올렸다.
어느 정도 감독 사퇴 후유증을 극복한 모습이다. 이상군 감독대행도 지휘봉을 갑자기 넘겨받은 혼란에서 차츰 안정을 찾은 모양새다. 한화는 30일 두산전 승리 뒤 김태균과 윌린 로사리오가 특타를 자청하는 등 주축들이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2014년 LG처럼 감독 사퇴 이후 가을야구에 진출한 기적을 노리고 있다.
가을야구에 진출할 팀은 10개 구단 중 5개. 대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상위 3개 팀의 PS 진출 가능성은 지극히 높다. 과연 남은 2장의 티켓을 어느 팀이 쥐게 될까. 역대급 중위권 전쟁의 승자가 누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