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장관·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31일로 예정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국회 표결에 불참하겠다는 기류다. 문 대통령이 "협치의 신호탄"이라고 부른 이 후보자는 '반쪽 총리'가 될 위기에 놓인 셈이다.
'협치와 소통'을 강조해 온 새 정부로서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새 정부 첫 낙마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 한국당 '총공세'…사실상 이낙연 인준-강경화‧김상조 낙마 '빅딜' 요구
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은 전날 이 후보자 인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31일 국회 표결에 불참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울러 강경화·김상조 후보자의 자진사퇴 또는 청와대의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정 대행은 긴급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로서는 내일 본회의까지 시간이 있기에 청와대, 여당의 여러 가지 조치를 모든 것을 열어놓고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강경화·김상조 후보자의 사퇴 여부에 따라 표결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빅딜 요구'로 풀이됐다.
지도부는 "빅딜 요구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회의 참석자들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표면적'으로는 아니다", "만약 누구 한 명이 사퇴하거나 지명철회 되면서 대통령께서 사과를 하고, 이렇게 하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정 대행은 '특위는 어제(29일)로 끝났다. 불법이다'라며 3당의 청문보고서 채택 움직임 자체를 문제삼기도 했다.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올리는 과정 자체를 직권상정, 즉 '일방통행'으로 규정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 첫 낙마자 나올까…한국당 '몽니' 비판도
한국당의 '빅딜 전략'에 문재인 정부는 기로에 놓였다. 그대로 현 상황을 돌파하기에는 '반쪽총리' 탄생이 불가피하고, 향후 인사청문회에서도 극심한 진통이 예상된다.
'후보자 낙마'도 인사청문회 정국 초반,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쉬운 선택이 아니다. 하지만 5대 비리 관련자 원천배제라는 공약이 유효한 상황에서 이와 배치되는 의혹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협치를 살리는 차원에서 현실적인 고려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서는 매일같이 의혹이 이어지고 있다. 위장전입과 거짓 해명 논란으로 청와대의 부실 검증 시스템이 도마에 오른 데 이어 장녀가 설립한 주류회사를 둘러싸고 유령회사·증여세 늑장 납부 의혹도 불거졌다. 이에 더해 강 후보자 딸 소유인 경남 거제의 일부 '공익용 산지'에 단독주택을 지어 남편이 전입신고를 했는데, 부동산 투기 목적이 아니었느냐는 문제제기도 나오고 있다.
김상조 후보자에 대해서도 위장전입,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과 부인의 무허가 학원 운영 의혹, 자기 논문 표절 의혹 등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 보이콧'을 검토하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자세를 낮췄던 한국당이 최근 공세로 돌아선 것도 이 같은 '의혹 릴레이' 때문으로 보인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약한 고리로 보는 시각도 있다. 통합진보당 해산에 반대 의견을 내고 5.18때 시민군 쪽에 섰던 사람에게 사형을 선고했던 전력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그가 군법무관으로 배석 판사였던 점, 헌법재판관이 되기 위한 청문회에서 한 번 나왔던 문제라는 점 등은 참작 요인이다.
일각에서는 아직 인사청문회에서 제대로 검증을 해보지도 않은 강경화·김상조 후보자 등에 대해 '자진사퇴', '지명철회'부터 거론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대표'를 던지되,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에는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른정당과 대비되면서 한국당이 여소야대 정국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정략적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한편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전날 오후 8시쯤 한국당 원내대표실에 방문, 정 대행과 만나 '이 후보자에 반대 하더라도 일단 표결에는 동참해달라'는 뜻을 전달했지만, 접점을 찾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