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 개봉하는 영화 '악녀'는 기획 단계부터 여성 액션 영화를 제작하겠다는 정병길 감독의 확고한 신념으로 탄생했다.
미국도 아닌 한국에서 '여성 원톱 주연의 액션 영화가 되겠느냐'는 주변의 만류에도 개의치 않았다고.
말 그대로다. 여성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은 흥행 실적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투자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여성 배우들 또한 역할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연기를 하고 싶어도, 할 만한 역할은 지극히 한정돼 있다. 남녀 사이의 멜로나 모성애를 그리는 역할이 대부분이다.
이런 시점에서 김옥빈 원톱 주연의 '액션' 영화는 위기에 빠진 여성 배우들에게 다양한 장르적 가능성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악녀'의 내용은 단순하다. 킬러로 길러진 숙희가 자신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되면서 벌이는 복수극이다. 국내 개봉 전에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에서 선보인 '악녀'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흥행작 '킬 빌'에 비견됐다.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액션이 특별함을 더했다는 평가다.
내달 29일 개봉하는 '옥자'는 인간이 아닌 '슈퍼돼지' 옥자를 제외하면 여성 배우들이 주요 배역에 압도적으로 많이 참여한다.
옥자를 찾아나서는 친구 미자는 아역 배우 안서현이고, 옥자를 빼앗아가는 글로벌 기업 '미란도'의 수장은 틸다 스윈튼이 맡았다.
뛰어난 연기력을 자랑하는 틸다 스윈튼은 또 한 번 강렬한 캐릭터로 돌아왔다. '설국열차'에서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격 변신했던 그가 이번에는 어떤 연기를 선보일지 기대감을 자아낸다.
미자 역할의 안서현은 아역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성인 못지 않은 내면 연기를 펼쳐냈다는 평가다. 예고편 속 옥자를 부르며 달리는 안서현의 다부진 뒷모습은 봉준호 감독의 안목에 신뢰감을 더한다.
앞서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 기자간담회에서 안서현에 대해 "이미 시나리오에 대해 내가 더 덧붙이거나 설명할 게 없을 정도로 작품을 분석했더라. 담대하고 침착한 배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31일 개봉하는 DC코믹스 블록버스터 영화 '원더우먼'은 여성 단독 주연을 찾아보기 어려운 할리우드 히어로계에 샛별처럼 떠올랐다.
'원더우먼'의 시작을 다룬 이 영화는 아마존 데미스키라 왕국의 공주 다이애나가 히어로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는 이미 '원더우먼'에 높은 평점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영화 평점사이트인 '로튼토마토'에서는 95%가 넘는 신선도를 기록했다.
워너브러더스에서 제작된 DC코믹스 영화들은 최근 부진한 성적을 면치 못했다. 국내에서 마블코믹스 영화들이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한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 때문에 이미 '할리우드 히어로 영화'하면 '마블 영화'가 대표격이 됐다.
'원더우먼'은 여성 히어로 영화가 가지는 의미 이상으로 DC코믹스 시리즈 영화들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언맨'의 성공이 결국 '마블 히어로 영화'의 성공으로 이어진 것처럼 이들 영화들은 긴밀하게 연결된 세계관 아래 움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