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가로서 초대된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과 윤창현 시립대 교수,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공통적으로 국정농단 사건으로 얼룩진 한국당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황 씨는 "한국당의 대선 패인은 박근혜 정부의 불통과 무능, 도덕성 타락에 대한 응징이었다는 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당 해산까지 각오한 상태에서 창조적인 파괴를 통해 집권을 겨냥하는 수권정당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내부보다는 외부에서 찾는 목소리가 많았다. 옛 친박계인 이우현 의원은 '기획탄핵설'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세월호 때부터 야당은 집요하게 찬스를 노렸다"며 "이명박 정부 때는 광우병으로 무너뜨리려다가 못 무너뜨렸다. 종북 좌파 전교조와 민주노총, 언론노조 이런 데서 함께 준비한 각본에 의해 당했다"고 평가했다.
이 의원은 또 "촛불 집회에 나간 사람들을 우리 국회의원들이 너무 의식을 많이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촛불을 든 사람 가운데 과연 한국당에 투표한 사람이 몇 명이겠느냐. 저는 태극기를 든 분들이 우리를 찍었으면, 우리는 그 분들을 위해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이라며 "(하지만) 촛불을 든 사람들을 위해서 정치했던 분들이 탄핵에 찬성했고, 한국당 배는 좌초됐다"고 지적했다.
결국 탄핵 찬성파 때문에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논리로, 비슷한 목소리가 잇따랐다. 한국당의 한 중앙위원은 "개XX도 주인을 공경하고, 한 번 개XX는 영원히 주인을 따른다"며 "비협조적이고 의리없는 정치인이 존재해도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다가 제지당하기도 했다.
수도권의 한 당협위원장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말 심한 얘기로 죽일X이라고 할 정도로 잘못했느냐. 그건 아니잖느냐"며 "언론이 일치단결해서 아예 탄핵의 질곡으로 쏘아 넣어버린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 '인명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비대위원을 지낸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한국당에 쓴 소리를 내놓은 외부전문가들의 자질을 질타하기도 했다. 김 전 지사는 "종편에 나오는 사람들과 이상한 학자들, 그거 안 맞는 소리"라며 "내부에 어마어마한 희망이 있는데 왜 밖에서 찾느냐"고 했다.
김 전 지사는 또 "언론에서 뭐라고 짖고 까불든, 보수는 30년 간 집권이 안 된다는 어떤 학자의 그 따위 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고, 우리 안에 모든 답이 다 있다는 확신을 갖고 나아가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문재인 정부는 본질적으로,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며 "주사파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기에 친북으로 간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경제위기도 절대 극복 못 한다. 계급투쟁적 평등주의, 이런 정서가 이념으로 콱 박혀있다"며 "우리만이 이 나라의 안보와 경제를 지킬 수 있다는 확신으로 앞으로 나아가면 승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의견 외에도 총선과 대선 패배에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론'과 젊고 새로운 인물들을 영입해야 한다는 '물갈이론'도 나왔다. 3선 이상 국회의원들이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한국당은 이 자리에서 뾰족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한국당은 오는 6월1일부터 이틀 간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통해 당의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은 토론회가 끝난 뒤 연단에 서서 "이번 대선에서 3등이 아닌 2등을 했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며 "2등을 한 건 국민들이 아직 우리 당에 지지를 보내주고 있고, 하늘도 한국당이 아직 대한민국에서 할 일이 있는 정당이라고 인정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 대행은 "새롭게 창당하는 마음으로 7.3 전당대회를 이뤄내고, 새로운 지도부가 잘 이행해 나가도록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