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장 안 된다"던 김진표, 군기반장으로 변신한 까닭

공직기강 다잡아 국정 운영 동력 마련 위해 … 의도적 발언이라는 분석 지배적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 (사진=윤창원 기자/노컷뉴스)
"자문위원들이 혹시라도 '완장 찬 점령군'으로 비쳐서는 공직사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기 어렵다." - (5월 22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첫 번째 전체회의)

"대체로 기존 정책의 길을 바꾸는 '표지 갈이'가 눈에 많이 띈다. 과거에 잘못된 행정 관행에 대한 자기 반성을 토대로 바꾸려는 진정성이 있어야 하는데 잘 안 느껴진다." - (5월 2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두 번째 전체회의)


"완장 찬 점령군은 안 된다"던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이 일주일 만에 '군기반장'을 자임하며 공직사회에 대한 작심 비판을 가했다.

29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에서 열린 국정기획위 전체회의에서 김진표 위원장은 "부처들이 기존 정책을 '표지갈이'한다"는 표현을 써가며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진 게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조직이기주의가 남아 있어 부처에 유리한 공약은 뻥튀기하고 불리한 공약은 애써 줄이려고 하는 것도 눈에 띈다"고도 지적했다.

정부 관료들이 새 정부의 국정 철학에 대해 제대로 공감하지 못한 결과라는 게 김 위원장의 인식이다. 그는 "우리 정부는 촛불민심을 받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인데 아직까지 공직자들은 이 점에 대해 우리와 감이 다르다"면서 "과거의 잘못된 행정 관행에 대해 자기 반성을 토대로 바꾸려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며 공직자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처럼 김 위원장이 공직자들에 대한 '군기 잡기'에 나선 것은 공직사회를 다잡아 국정 운영 동력을 마련하려는 의도적 발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인사청문회 문제로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공직 기강을 바로 잡아 국정 운영의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심산인 셈이다.

새정부의 큰 그림을 그리는 국정기획위의 수장으로서 '기선 제압'을 통해 개혁 과제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경총에 3단 경고를 하며 여론을 환기시킨 것도 이와 같은 목적이다.

기존 보수 정권의 '색채 빼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새정부가 출범하면 정권인수 기구가 전임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에 메스를 들이대는 것은 어느 정도 예고된 수순이지만 이번처럼 정권이 교체됐을 경우 그 강도는 더욱 강해진다.

이에 대해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공직자들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관행적으로 유지해 온 기조를 새정부 기조로 바로 맞춰서 바꾸기 쉽지 않은 측면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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