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총리 후보자 인준 지연을 '국회의 정치화' 탓으로 규정했다. 문 대통령이 '국회의 정치화'를 말한 것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이번 인사 논란을 정국 주도권 장악에 활용하려는 일부 야당의 행태를 지적하는 표현으로 해석된다.
또 인사 논란이 빚어진 원인은 공약을 구체화할 인수위원회 등의 준비과정을 거칠 여유가 없었던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공약 후퇴 지적에 대해서는 5대 인사원칙의 기본 정신이 훼손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그 때 그 때 달라지는 고무줄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즉, 공약은 '그야말로' 원칙이고 실제 적용에서는 구체적 기준이 필요하다면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는 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앞으로 시기와 관계없이 투기성 위장전입 관련자와 2005년 7월 이후의 위장전입 관련자는 국무위원 후보자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날 입장 발표는 정국 상황에 대한 정면 돌파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 측이 요구한 사과나 유감이라는 표현을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 사안에 대한 야당과의 확연한 입장 차이 속에 국정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위장전입 논란에도 불구하고 총리 후보자 인준을 찬성하는 여론이 높고, 대통령 국정지지율도 80%를 넘는 고공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암초를 만났던 '문재인 호(號)'가 릴레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여야 원내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힘께 하는 자리에서 '강박관념(强迫觀念)' 얘기를 꺼냈다.
자신이 스스로 한 말(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말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 약속을 지키려는 의지와 자세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5대 인사원칙과 관련한 대통령의 입장 발표에서도 행간을 통해 강박관념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국정을 운영하면서 유연한 대응이 필요한 때도 있다. 강하면 부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생각보다는 취임 첫날 야당을 먼저 방문했던 '협치(協治)의 초심(初心)'을 잃지 말아야 한다.